정부가 세계에 물류 거점 확보를 위해 2030년까지 4조5000억 원을 투입해 공공 물류센터를 40개소로 확대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전 세계 물류 공급망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수출입 물류를 지원하기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글로벌 물류공급망 거점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관세 인상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통상환경의 변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분쟁 등의 장기화 등으로 인해 최근 전 세계 물류 시장에 공급망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각국 물류기업들과 선사들은 물류 기반 확보, 컨테이너 터미널(‘컨’ 터미널) 인수와 함께 수직·수평 계열화 등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우리나라는 높은 무역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물류 분야의 해외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주요 15개 물류기업이 운영하는 해외 물류센터 중 소유권을 확보한 시설은 8.8%에 불과하다. 대부분 시설을 임차해 사용하다 보니 공급망 위기 발생 시 물류비용의 급상승 등으로 물류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특히 해운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해외 ‘컨’ 터미널의 경우 우리 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곳이 현재 7개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수출입 경제를 뒷받침하는 글로벌 물류 공급망 거점 확보’라는 비전 아래 2030년까지 △해외 공공지원 물류 기반 40개 확충 △해외 항만터미널 10개 확보 △해외 주요 50대 물류기업 3개사를 육성한다는 목표다.
먼저 해외 주요 물류 거점 국가를 중심으로 물류창고, 컨테이너 야드와 같은 보관·처리용 시설 투자를 지원한다. 해외 물류 거점 국가는 11개 국가로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와의 수출입 교역량, 해외 직접 투자액 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
정부는 거점 국가를 중심으로 해양진흥공사(해진공), 항만공사 등이 지원하는 ‘공공지원 물류 기반시설’을 2030년까지 40개소(현재 9개소)로 신속히 늘릴 계획이다.
‘컨’ 터미널의 경우 정부와 국적선사, 해진공, 항만공사, 국적 운영사 등이 참여하는 ‘(가칭)컨 터미널 확보 협의체’를 구성해 투자처 발굴과 해외 진출 전략 수립 등을 함께 추진한다. 단기적으로는 1조원 규모의 글로벌 ‘컨’ 터미널 투자 펀드를 조성해 해외 터미널의 지분 확보에 주력하고 이를 발판으로 향후 터미널 운영권까지 확보할 계획이다.
에너지, 곡물 등 전략 화물의 경우 해외 벌크 터미널 확보를 위해 기업과 공공기관이 해외 투자처를 발굴하면 해진공과 항만공사 등이 공동사업자(컨소시엄)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해진공의 ‘친환경 선박연료 인프라 펀드(1조원)’, ‘항만 스마트화 펀드(5000억원)’ 등을 통해 국내 노후 터미널의 현대화도 지원한다.
또 해외진출 검토 단계에서는 물류기업들의 관심과 수요가 높은 지역의 시장정보를 공공부문이 우선 제공한다. 이와 함께 기업별로 제공하는 현지 타당성 조사·컨설팅 지원 한도도 현행 최대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해 분석의 정밀성을 높인다.
투자 단계에서는 기업의 자금 조달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해진공이 운용하는 ‘글로벌 물류공급망 투자펀드’의 한도를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확대하고 추가 1조원 중 3000억원 규모는 중소·중견 물류기업의 해외투자를 전담하기 위한 투자처 미특정 기금(블라인드 펀드)으로 조성한다.
아울러 재정당국에서 조성한 ‘공급망 안정화 기금’에 지원 가능한 물류 분야를 확대해 기업의 재원 조달 방식 선택폭을 확대한다. 안착 단계에서는 물류기업이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지 규제 대응, 인력채용 등 애로사항을 공공부문이 함께 대응할 계획이다.
이 밖에 정부, 공공기관(해진공, 항만공사,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물류기업 등이 분기별로 참여하는 ‘K-물류 협의체(TF)’를 상시 운영체계로 개편해 기업의 애로사항 해소에 주력한다. 항만공사별 해외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4개 항만공사가 합동으로 해외투자를 추진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김성범 해수부 차관은 “불확실한 물류 환경에 있어 해외 물류거점 확보는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핵심적인 과제”라며 “이 ‘글로벌 물류공급망 거점 확보전략’을 바탕으로 우리 물류 경쟁력을 강화해 수출입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