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일단 사고 보자’는 충동구매를 자제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코로나19 여파로 몇 년간 아낌없이 돈을 쓰던 미국 소비자들이 올여름 다시 검소해지고 있다며 “경제적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으로 쪼들리면서 소비 지출이 정체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미 연방정부 데이터상 올 상반기 소비 지출 정체가 나타났다며 물가 상승과 고용 전망, 개인 주머니 사정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축가라고 밝힌 케빈 어빈 켈리는 수입이 그대로지만 불안감에 가계부 예산을 줄였다고 말했다. 호텔 휴가 대신 부모님 댁을 방문하고, 새 가방을 사달라는 아이를 작년에 산 가방이 멀쩡하다고 설득했다.
둘째 출산을 앞둔 키워라 카니에프스키는 지출을 60~70% 줄이려고 노력 중이라며 “임금만 빼고 모든 게 비싸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쇼핑몰을 휩쓸고 다닌 그는 얼마 전 5달러(약 7000원)짜리 커피를 사 마시고 죄책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미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크로거에선 주류 등 비필수 품목 구매가 줄고 쿠폰을 모으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론 사전트 최고경영자는 “구매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며 “고객들은 가성비 제품을 찾는다”고 말했다.
외식 패턴도 변했다. 고급 부리토를 판매하는 요식업체 치폴레는 지난분기 매출이 감소했다. 도미노피자는 ‘2+1’ 등 여러 행사로 외식비를 아끼려는 가족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WSJ은 “빨래하고 머리를 감고 아기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상은 변함없지만 미국인들이 절약하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 더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소비재 기업 프록터앤갬블(P&G)의 존 밀러 최고경영자는 강경한 이민 정책, 물가 상승, 관세 여파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소비 행태를 조장했다며 “사람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좌절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