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590일이 지났지만 가까운 시일 내 전쟁이 끝날 것이란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중동의 화약고가 다시 터졌다.
지난 7일 오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기습공격을 벌였고 이에 이스라엘이 대대적 반격에 나서면서 양측 간 사망자는 이틀만에 1100명을 넘어섰다. 국제사회의 자제 촉구에도 불구하고 양측 간 교전 의지를 감안하면 사망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장이 중동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레바논에 거점을 둔 헤즈볼라는 레바논 남부를 점령 중인 이스라엘 초소 3곳을 지난 8일 공격한 바 있다. 이란의 직접적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앞다퉈 분쟁 확산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이번 상황에서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세력”에 공고를 보냈다. 그의 참모들은 분주하게 전화를 돌렸다.이스라엘 역시 적대적 세력들에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한 관리는 “이스레알을 상대로 한 전장의 확대는 이스라엘의 단호하고 치명적인 행동을 포함한 혹독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주변 지역의 안보 상황도 위험에 빠드렸다. 지난달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간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또 발트 3국과 몰도바 등은 우크라이나 주변국들은 자국이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러시아의 침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적 이목을 받고 있는 두 곳 이외에 세계 곳곳에선 전쟁과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에티오피에선 지난 2년 간 내전으로 최대 50만 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1월 평화 협정을 맺긴 했지만 정치는 여전히 불안하다. 수단에선 지난 4월에 내전이 시작됐다. 미얀마 사태도 수년 간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시작된 예멘 내전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과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정부 측은 수 차례 휴전 회담을 벌였지만 평화는 찾아오지 않고 있다.
호주 시드니에 본부를 둔 국제관계 연구소인 ‘경제·평화 연구소'(IEP)가 지난 6월 펴낸 ‘세계평화지수(GPI·Global Peace Index)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평화지수 평균은 9년 연속으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역내 및 글로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팬데믹 이후 시민 사회 불안(civil unrest)과 정치 불안정이 고조돼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분쟁 관련 사망자는 전년과 비교해 96% 올랐는데, 수치는 이번 세기에서 가장 높은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