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을 취소해 달라며 전국 의대 교수들이 신청한 집행정지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2일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표들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본안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법원은 집행 정지를 신청한 의대 교수들이 이번 사안의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아니어서 행정소송을 신청할 수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신청인들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면서 “신청인들의 적격을 인정할 수 없어서 신청이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증원 배정 처분의 직접적 상대방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입학 정원에 따라야 하는 의대 보유 대학의 장”이라고 판시했다.
의대 교수는 직접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이지만 정원을 증원하면 교수가 제공하는 전문적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등 법률상 이익을 침해당할 수 있어 소송 권리가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설령 전문 의학 교육에 어려움이 있어도 이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대학의 교사시설 구비 및 적정 교원 확보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이로 인한 신청인들의 불이익은 간접적이고 사실적인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전의교협은 앞서 지난달 5일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반발하며 입학정원 증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전의교협 측은 지난달 14일 심문기일에 “복지부 장관은 고등교육법상 권한이 없는 무관한 자”라며 “그런데도 2000명 증원을 결정해 통보하는 것은 위법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장관을 향해서는 “대입 사전 예고제를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전의교협 측 이병철 변호사는 “법원이 이렇게 판단할 것으로 예상하고 1차부터 6차까지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들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승소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이 행정소송의 또 다른 요건인 ‘처분성’을 문제삼지 않았다면서 “40개 의대 배분 결정이 ‘처분’이라는 점에는 의문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정원 배분이 행정 처분에 해당해 소송 제기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전공의와 의대생이 제기한 집행정지와 수험생, 학부모, 서울지역 의대생이 낸 집행정지 신청도 심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