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지 엿새가 지난 12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선 특별한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발부 사흘 만에 관저로 향했던 첫 집행과는 달리 경찰과 공수처가 2차 체포영장 집행에 신중을 기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건희 여사 라인’이자 ‘강경파’로 불리는 김성훈 경호처장 직무대행(차장)을 비롯한 경호처 수뇌부를 서서히 옥죄려는 전략으로 분석한다. 경찰과 공수처의 집행이 물리적 충돌 없이 성공할지는 경호처 수뇌부가 항전하느냐, 무력화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결사 항전을 각오할 것이라는 경호처 수뇌부와 달리 일선 직원들 사이에선 “적법하게 발부된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을 저지할 법적 근거가 약하다”며 동요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12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우종수 국수본부장)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김 대행의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영장 신청은 지난 3차례의 경찰 소환에 김 직무대행이 모두 불응한 것에 따른 것으로, 통상 3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수사기관은 피의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한다.
김 대행은 엄중한 시기 대통령 경호 업무와 관련해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이유로 조사에 불응했다. 이 때문에 영장이 발부될 경우 경찰이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 재집행 시 김 대행을 우선 체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10일 사임하며 2인자인 김 대행이 경호 업무를 지휘하는데, 김 대행은 영장 집행 저지에 적극적인 강경파로 분류된다.
경호공무원 출신인 김 대행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통령과 함께 내란 사태 몸통으로 지목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1차 영장 집행 철수 이유로 경호처의 거센 저항을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경호처의 저항이 1차 집행 때만큼 강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호처 지휘부가 연이어 수사를 받으며 분위기가 뒤숭숭한 데다, 일반 직원들 사이에서도 영장 집행 저지가 위법이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호처 내부망에는 ‘체포영장 집행 저지는 공무집행방해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등 경호처 내부의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글은 김 대행의 지시로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경호처 지휘부들을 줄줄이 소환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은 지난 10일과 11일 이틀 연속으로, 이진하 경호처 경비안전본부장은 1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한 이광우 경호본부장에겐 13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는 3차 요구서가 발송된 상태다.
김 대행에 대한 영장 신청과 윤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 기일 등을 고려하면 재집행은 이번 주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일 발부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 기간은 공식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설 연휴 전까지 ‘2주가량’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공수처는 발부 사흘 만에 집행을 시도한 1차 체포영장이 경호처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만큼, 이번엔 인력 투입 규모 등을 사전에 면밀히 따지겠다는 계획이다.
1차 집행에서 ‘5시간여 만의 ‘조기 철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체포영장 만료 시점까지 관저 앞에 텐트를 치고 수사 인력이 노숙하는 등 장기전 대비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서 10일 오후 2시 수도권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마약범죄수사대 책임자 20여명을 불러 영장 집행 시 경력 배치 방안을 논의했다.

경찰청 산하 광수단 인력은 1000~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전부 투입될 경우 지난 1차 집행 인력(공수처 30명, 경찰 50여명)의 12~18배에 달한다. 당시 스크럼 등을 짜 대비한 경호처 인력은 200여 명 정도였다.
공수처 역시 변화한 경호처 분위기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2차 집행에 대해 면밀히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