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가 미국의 폭력 범죄자와 모든 국적의 추방자를 수용하겠다는 전례 없는 협약을 제안하며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CNN이 전했다. 이 협약은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가 엘살바도르 대통령 나이브 부켈레와의 회담 후 2월 3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중남미 순방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이번 협약은 법적,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협약 주요 내용
엘살바도르는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미국의 범죄자 및 추방자를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 엘살바도르 국적 추방자 수용:
- 미국에 불법으로 입국한 엘살바도르 국적 추방자를 계속 받아들일 예정이다.
- 모든 국적의 범죄자 추방자 수용:
- MS-13(엘살바도르 출신) 및 Tren de Aragua(베네수엘라 출신)와 같은 국제 범죄 조직 소속 범죄자를 포함해 모든 국적의 불법 체류 범죄자를 수용할 예정이다.
- 미국 국적 및 합법 거주자 범죄자 수용:
- 미국 국적 및 합법 거주자 중 위험한 범죄자를 엘살바도르 교도소에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번 협약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교도소 시스템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엘살바도르의 테러 수용 센터(CECOT)는 최대 40,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교도소로, 이곳에 미국의 범죄자를 수용할 예정이다.
엘살바도르는 2022년부터 갱단 소탕 작전을 벌여 81,000명 이상을 체포하며 범죄율을 크게 낮췄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와 부당한 처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미국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지만, 우리에게는 상당한 금액이 될 것”이라며 협약의 경제적 이점을 강조했다.
이 협약은 법적,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 국적자를 타국으로 추방하는 것은 미국 법에 위배될 수 있다. UC 버클리 법대의 레티 볼프 교수는 “미국 정부는 국적자(시민권자)를 추방할 수 없다”며 이 협약의 법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인권 단체들은 엘살바도르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을 우려하며 이 협약을 비판했다. 미국 국무부의 엘살바도르 여행 권고에도 “교도소 환경이 열악하며, 적절한 위생 시설과 식수가 부족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그의 지지자들은 이 협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엘론 머스크는 X(구 트위터)를 통해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 협약이 두 나라의 권위주의적 리더십 간의 거래에 불과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에머슨 칼리지의 국제 정치학자 므니샤 겔만 교수는 “이 협약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국제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엘살바도르의 좌익 정당인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의 마누엘 플로레스 사무총장은 “우리를 쓰레기 처리장으로 보는 것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엘살바도르의 제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민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법적, 윤리적 문제로 인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인권 단체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감시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