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가정의 식품 구매를 지원하는 연방정부 프로그램(SNAP)에서 탄산음료와 사탕 등 정크푸드 구매를 금지하는 방안이 다시 논의되고 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추진됐으나 번번이 무산된 정책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새 보건복지부 및 농무부 장관이 이를 강하게 지지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과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이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옛 푸드스탬프)의 식품 구매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케네디 장관은 지난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SNAP 및 학교 급식 프로그램에서 탄산음료나 가공식품 구매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세금으로 ‘독(poison)’을 먹일 수는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롤린스 장관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납세자들이 낸 돈으로 건강에 해로운 음식과 설탕이 잔뜩 든 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며 “앞으로 몇 년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 개정 없이는 어려운 추진
그러나 SNAP에서 특정 식품을 제외하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SNAP는 2008년 제정된 연방 식품 및 영양법(Food and Nutrition Act of 2008) 에 따라 운영되며, 현재 알코올, 담배, 즉석 조리 식품(레스토랑 음식 등)을 제외한 모든 식품 구매를 허용하고 있다.
SNAP 정책 변경을 위해서는 연방 의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며, 일부 주(州)가 별도의 규제를 원할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책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가 번번이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비영리 연구단체인 예산정책우선센터(CBPP)의 케이티 버그 선임 분석가는 “지난 20년 동안 여러 주에서 생수, 탄산음료, 감자칩, 아이스크림, 장식된 케이크, 고급 육류(스테이크 등)의 SNAP 구매를 금지하려 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행정부 모두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농무부(USDA)도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기준이 없다”며 관련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또, SNAP의 식품 제한이 실제로 비만율 감소 등 건강 개선 효과를 가져올지 불분명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수혜자 선택권 침해” vs. “세금 낭비 막아야”
반(反) 기아 단체들은 SNAP 수혜자들이 저소득층이 아닌 일반 미국인들과 비슷한 비율로 정크푸드를 구매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식품 제한이 불필요한 낙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식량연구행동센터(FRAC)의 지나 플라타-니노 부국장은 “이 정책은 결국 SNAP 지원을 줄이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라며 “정부는 계속해서 수혜자들을 더 옥죄고 낙인을 찍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공화당 측은 SNAP이 본래 건강한 식생활을 지원하는 목적을 가진 만큼, 영양가 없는 식품 구매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시 브리찬(공화·오클라호마) 하원의원은 건강한 SNAP 법(Healthy SNAP Act) 을 발의하며 “개인이 자신의 돈으로 정크푸드를 사는 것은 자유지만, 납세자에게 그 비용과 건강 문제까지 부담하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향후 정책 변화 가능할까?
이번 논란은 미국 내 식생활 개선을 목표로 한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기(Make America Healthy Again)’ 캠페인과도 연결된다. 워싱턴 D.C.의 초당적 정책 연구소인 Bipartisan Policy Center 의 아난드 파레크 수석 의료책임자는 “SNAP의 ‘N’은 영양(Nutrition)을 의미한다”며 “양당이 협력해 식생활 개선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연방 의회와 일부 주에서는 탄산음료 및 사탕의 SNAP 구매 금지를 추진하는 법안이 심의 중이다. 그러나 법적, 행정적 복잡성으로 인해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