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달 초 발표한 대중국 고율 관세 이후, 미국 소비자들이 식료품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지난 4월 2일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이라 칭하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4%에서 1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70개국 이상에 적용되던 상호 관세는 90일간 유예하고,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10% 단일세율로 낮췄다.
시장조사 기관인 컨슈머 엣지(Consumer Edg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관세 발표 직전인 지난 주말 동안 미국 소비자들은 가격 상승과 품절에 대비해 통조림 등 저장식품 위주로 대량 구매에 나섰다.
컨슈머 엣지 인사이트 센터의 마이클 군터(Michael Gunther) 소장은 “방문당 소비 지출이 증가한 최근의 변화는 소비자들이 예상되는 가격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어떤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나?
컨슈머 엣지의 ‘인사이트 플래시’ 보고서에 따르면, 4월 3일~4일 이틀간 통조림 및 병입 채소 구매는 3월 말과 비교해 29% 급증했다. 인스턴트 커피는 21%, 케첩은 18%, 맥주는 3% 각각 증가했다. 해당 데이터는 신용·직불카드 사용 기록 및 구매 바스켓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집됐다.
대형 유통업체 매출도 상승
컨슈머 엣지에 따르면, 월마트와 타깃은 물론, 달러스토어 및 일부 약국에서도 거래당 구매 수량이 눈에 띄게 늘었다. 4월 1일부터 4일까지 월마트·타깃에서 거래당 평균 구매 품목 수는 약 1.4~1.41개로 집계돼, 3월 마지막 주 대비 소폭 상승했다. 군터 소장은 “일견 미미해 보일 수 있으나, 주간 단위로 보면 소비 행동의 변곡점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향후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품목은?
새로운 관세로 인해 가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품목은 신선 과일과 채소, 해산물, 커피, 올리브유 등이다. 특히 열대 과일의 경우 과테말라, 에콰도르,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가격 변동이 우려된다. 반면, 미국이 수입하는 신선 과일의 51%, 채소의 69%가 멕시코산으로, 멕시코는 이번 관세 완화 대상국에 포함돼 가격 안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커피의 경우, 미국에서 소비되는 볶은 커피 수입의 약 80%가 라틴아메리카산이며, 그중 브라질과 콜롬비아산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두 나라는 모두 10% 관세 대상이다.
술의 경우, 미국 내 맥주 수입은 대부분 멕시코·캐나다산으로 가격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와인의 경우 유럽연합(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산은 20% 관세, 뉴질랜드·호주산은 10% 관세가 적용돼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