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760조+α 내주고 관세 15%…’패키지딜’ 목표 李정부 8일간 묘수 찾기

미국과의 통상 협상 시한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본이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농산물 등 시장 개방을 조건으로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면서 우리 정부도 미국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다.

‘무(無)관세’를 최선의 목표로 잡은 만큼 정부는 통상당국 수장들을 미국으로 급파해 막판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24일 여권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미일 협상 결과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며 한미 협상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미일 간 협상 결과가 관세 유예 시한 전 조기에 나온 만큼 이를 기준점 삼아 협상 카드를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전날(23일) “미일 협상 결과의 세부 내용은 파악 중이며 우리 정부 협상에도 참고할 예정”이라며 “우리 정부도 국익을 최우선으로 미국과의 협의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협상을 통해 미국이 부과하는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내렸다. 자동차에 적용하는 품목 관세도 25%에서 12.5%로 대폭 하향했다. 대신 미국 내 대규모 투자와 시장 개방을 카드로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약 760조 원)를 투자해 90% 이상의 이익을 미국이 받게 될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점은 일본이 자동차와 트럭, 쌀 및 특정 농산물, 기타 품목을 포함한 교역을 개방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일본의 사례에 비춰보면 우리나라 또한 미국 내 투자와 일정 부분의 시장 개방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우리 정부는 쌀 및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과 바이오 연료용 작물 수입 확대 등 카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이 요구해 온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고정밀 지도(5000대 1 축척) 해외 반출 허용 등도 협상 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부는 우리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 의사도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각각 만찬 회동을 가졌는데 이 자리에서 각 기업의 투자 여력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을 거란 관측이다.

이재명 정부는 미 행정부가 최대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쪽으로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미국과 투자·구매·안보 등 패키지 협상을 구상할 것을 제안한 상태이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빅딜’이 포함돼야 우리 뜻대로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 차례 방미 일정을 마친 뒤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은 (관세가) 없게 하는 것이다. 타협을 한다면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통상분야 수장들을 모두 미국으로 파견해 총력전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먼저 방미길에 올랐으며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출국한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미국 카운터파트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들 장관들이 출국하기 전 협상 진행 상황과 전략을 논의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재부와 산업부와는 수시로 소통하고 있다”며 “구 부총리와 김 장관 출국 전에도 상황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구 부총리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2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미국을 방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르면 이날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 출국한 위 실장은 미국에서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과 패키지 딜 협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위 실장은 현지에서 한미정상회담 시기도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협상 타결 이후 정상회담 개최를 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상 간 협의를 통한 협상 타결을 구상하고 있어 양국 간 입장차가 얼마나 좁혀졌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