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리 정부가 무역 협상 타결을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적어도 일본의 합의안 수준으로 관세를 낮춰야 하는 만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대미 투자 및 시장 개방 카드 등을 놓고 막판 고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여권 등에 따르면 전날(24일)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당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 실장은 우리 정부 통상 라인의 방미 전 미리 워싱턴DC로 향해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와 물밑 협상을 이어왔다. 우리 정부가 투자·구매·안보 등 패키지 협상을 제안한 만큼 관세는 물론 안보 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도 미리 조율해 놓겠다는 취지였다.
위 실장은 현지에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앤디 베이커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등 미측 인사와 세부 협상을 진행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도 만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호출로 면담이 불발돼 유선상으로 협의했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협상 상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위 실장은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의 협상이 막바지에, 꽤 중요한 국면에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협의해 온 의제를 정리해 우리나라의 카드를 제시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는 뜻으로 읽혔다.
미국과 지난한 협상을 벌여 온 일본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빅딜’을 제시하며 협상을 극적 타결했다. 총 5500억 달러(76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자동차, 농산물 등 시장 개방으로 관세 인하를 끌어낸 것.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일본 수준의 대미 투자 계획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과 달리 우리는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어려운 만큼 더 매력적인 투자책으로 설득에 나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시장 개방 카드는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미국을 설득하려면 적어도 일본 수준의 투자 계획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삼성·SK·현대차·LG·한화 등 주요 그룹 총수를 잇달아 만난 것도 대기업의 투자 여력을 점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방위비 등 안보 분야 카드도 통상 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국방비를 올리기로 한 것처럼 우리나라 국방비 인상 계획과 미국 무기 구매 등을 함께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보 분야에서 경제 분야 협상 카드를 보완하려는 시도는 하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협상 상황에 대해서도 “아직 막바지라고 볼 수 없다.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