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에 이어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도 범죄와의 전쟁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카고 인근 군 기지에 지원 요청을 하면서 군 병력 투입을 준비를 시사했다.
28일(현지시간) MSNBC 등에 따르면, 스티븐 야르고즈 미국 해군 대령은 지난 25일 자신의 팀에 보낸 이메일에서 일리노이주의 그레이트 레이크스 해군기지가 국토안보부(DHS), 이민세관단속국(ICE),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작전은 지난 6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일과 유사하다”며 “주 방위군 부대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매튜 모글 그레이트 레이크스 해군기지 대변인은 “DHS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 인프라, 기타 물류에 대한 지원을 요청받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워싱턴 D.C.의 범죄율을 비판하며 ‘공공 안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 방위군을 동원해 범죄 단속에 나섰다. 이후 지난 22일에는 시카고에 대해서도 주 방위군을 동원한 범죄 단속을 예고했다.
시카고는 오랫동안 총기 범죄를 포함해 높은 범죄율로 악명이 높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많은 이민자들이 시카고로 모여들었고, LA 등과 함께 불법 이민자들의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로 불렸다.
다만 최근에는 범죄가 감소하는 추세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올해 시카고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총격 사건은 지난해 같은 기간(8월 25일 기준) 대비 36% 줄었다. 지난달 살인율은 인구 10만 명당 1.66명으로 워싱턴 D.C., 뉴올리언스, 캔자스시티, 아칸소주 리틀록 등 여러 도시보다 낮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카고에 주 방위군 개입을 시사한 후 민주당 소속의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시카고에는 시민들의 일상을 파괴할 무장 군사 개입을 요구하는 어떠한 비상사태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하고 있는 일은 전례가 없고 부당하다. 그것은 불법이고, 위헌이며 미국에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프리츠커 주지사와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 등 공직자들과 지역 단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주 방위군 배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대비를 하고 있으나 막을 방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일리노이주를 포함해 메릴랜드주와 뉴욕주 등 19개 주 주지사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주 방위군 배치 위협을 “충격적인 권력 남용”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범죄를 해결하기보다는 주 정부가 의존하는 법 집행 연방 자금을 삭감했고, 각 주 방위군의 최고 사령관으로서 주지사의 행정 권한을 약화시키려 하면서 군대를 정치화하는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일리노이주, 메릴랜드주, 뉴욕주이지만 내일은 다른 주일 수 있다”며 “대통령이 주지사의 요청과 동의 없이 해당 주의 주 방위군을 배치하려는 위협과 시도는 충격적인 권력 남용이자 군인들의 임무를 훼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