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7일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규모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에는 기획재정부 분리, 검찰청 폐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 굵직한 변화가 담겼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고위당정협의회를 개최한 뒤 이같은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윤 장관은 “국민이 원하는 핵심 국정과제를 이행하고 새 정부 국정목표를 뒷받침하기 위한 첫 단계”라며 “정부 부처 기능을 효율화하고 기후위기, AI대전환 등 복합 문제를 다룰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라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기획재정부의 기능 분리다. 예산 기능은 국무총리 소속 ‘기획예산처’로 떼어내 균형적 예산편성·재정기획을 전담하게 하고, 경제정책과 세제, 국고 관리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해 경제부총리가 총괄한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도 재정경제부 소속으로 재편된다.
금융 분야에서는 국내 금융정책 기능이 재정경제부로 넘어가고, 금융감독 기능을 맡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새로 꾸려진다. 산하기관으로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지정되고, 증권선물위원회·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위원회 산하에 설치된다.
환경·에너지 정책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총괄한다. 환경부와 산업부 일부 기능을 통합해 탄소중립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으며, 기후대응기금과 녹색기후기금 관리도 담당한다. 원전 수출 기능만 산업통상부에 존치되며, 관리·에너지 기능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된다.
금융감독원 및 금융소비자보호원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의미에 대해 이창규 행정안전부 조직국장은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함”이라며 “경영평가·재정 평가 등 외부 견제를 받도록 해 투명성을 높이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경부와 신설된 ‘기후에너지환경부’간 원전 정책 충돌 우려에 대해서는 “환경부는 규제 부처가 아니라 종합 정책 부처”라며 “기능 통합으로 되레 갈등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개혁 입법 과제도 이번 개편안에 포함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출범한다. 위원 정수는 7인으로 늘려 공영성을 강화하고, 민관협의회를 통해 미래 미디어 발전 방향을 논의한다.
국정 과제로 꼽혔던 ‘검찰 개혁’도 이번 조직 개편안에서 확정됐다. 검찰청은 폐지되고, 기소를 담당하는 법무부 소속 ‘공소청’과 수사를 맡는 행안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분리된다. 정부는 총리실 산하에 ‘범정부 검찰개혁 추진단’을 설치해 세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국장은 행안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 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의 기능적인 충돌 우려에 대해 “중수청은 정부조직법 근거로만 두고, 세부 업무는 시행 유예기간(1년) 내 확정하기로 했다”며 “국수본과는 수사 대상·범위가 명확히 다르도록 설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부처 기능 강화·격상 방안도 내놨다. 중소벤처기업부에는 소상공인 정책을 전담하는 제2차관을 신설해 창업 촉진, 판로 확보, 폐업·재기 지원 등 현장 밀착형 지원을 강화한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실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해 산업재해 예방·감독 기능을 확대한다. 통계청은 국무총리 소속 ‘국가데이터처’로 승격돼 범정부 데이터 거버넌스를 총괄하며,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돼 성평등정책실을 신설한다.
정부는 과기정통부 장관이 겸임하는 ‘과학기술부총리’를 신설하고 AI 전담부서를 설치해 과학기술·AI 거버넌스를 강화한다. 사회부총리는 실효성 부족으로 폐지되며, 대통령 소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도 핵심 기능 중심으로 개편된다.
특히 특허청은 국무총리 소속 ‘지식재산처’로 승격돼 지식재산 창출·활용·보호를 종합 관리하고 해외 분쟁 대응까지 전담하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으로 중앙행정기관은 기존 48개에서 50개로 늘어난다.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분리와 금융감독위 개편은 2026년 1월 2일부터 시행되며, 공소청·중수청은 법률 공포 1년 후 출범한다. 정부·여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편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당정은 정부조직 개편과 함께 노동안전·자연재난 종합대책도 확정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일터에서 중대 재해를 근절하겠다”며 영세 기업 지원 강화와 사고 다발 기업에 대한 제재 요청을 밝혔다.
정부는 취약 노동자 보호를 위해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실효적 제재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연재난 대응책과 관련해선 당정은 지난 7월 대통령 지시에 따라 근본적 피해 절감 대책과 예산 확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모듈러 주택 등 임시 거주시설 확충, 필수 구호물품 확보, AI 기반 예측 역량 강화 등이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