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 이적 후 빠르게 새 팀에 녹아들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코칭스태프에 신뢰를 심어준 김하성은 수비에서는 주전 유격수로 꾸준히 나서는 한편, 공격에서도 타선의 핵심인 ‘4번 타자’로 나서는 등 전방위로 활약 중이다.
김하성은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컴벌랜드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2025 MLB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 4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 팀의 4-1 승리에 일조했다.
이날 김하성은 2021년 빅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이전까지 교체로만 두 차례 4번 타자로 나섰던 김하성이 전격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오른 이유는 단순하다. 최근 성적 때문이다.
김하성은 애틀랜타 이적 후 데뷔전이던 3일 컵스전 포함 6경기에서 타율 0.300, 1홈런,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2경기에서 멀티히트를 때렸고, 이적 후 두 번째 경기에서는 역전 스리런포를 날렸다.
수비에서 유격수 고민을 지워줬을 뿐만 아니라 공격에서도 맹활약하며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인 것이다.
김하성은 ‘4번’ 자리에서도 첫 타석부터 안타와 득점을 기록하며 사령탑의 뜻에 부응했다. 이전까지 상대 전적에서 약했던 이마나가 쇼타를 상대로 뽑아내 더 의미있었다.
방출의 아픔 속 애틀랜타 유니폼을 입었을 때만 하더라도 김하성이 이렇게 빠르게 팀에 적응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떠나 탬파베이와 2년 총액 2900만 달러(약 420억 원)에 계약을 맺은 김하성은 부상 재활로 인해 지난 7월에서야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거듭된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고, 결국 24경기만 뛰고 방출되는 굴욕을 당했다. 빅리그 커리어 최대 위기와 마주했다.
그런 김하성에게 애틀랜타가 손을 내밀었다. 주전 유격수 고민을 안고 있던 애틀랜타는 김하성이 탬파베이와 맺은 계약 조건을 고스란히 승계했다.
올해 부진과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샌디에이고에서 보여준 모습을 믿고 모험을 감수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 속 내년 시즌을 바라보고 추진한 영입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애틀랜타의 베팅은 현재까지 성공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김하성이 공수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현지에서는 애틀랜타가 김하성에게 먼저 연장 계약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연평균 1600만 달러 수준이라는 구체적인 액수도 언급됐다.
물론 시즌 종료 후 옵트아웃(기존 계약 파기 후 FA 자격 취득) 권리를 갖고 있는 김하성이 프리에이전트(FA)로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부상으로 시즌 대부분을 날린 김하성이 대박 계약을 따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에 옵트아웃 행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차라리 선수 옵션을 선택해 내년에도 애틀랜타와 동행하면서 추후 대형 계약을 노리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애틀랜타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김하성을 데려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USA 투데이는 “애틀랜타가 김하성을 영입한 건 선수 옵션을 포기하지 않고 잔류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