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비자 제도 개선에 대해 한미 간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제도 개선을 위한 공식 협의체인 ‘워킹그룹’의 발족이 빠르게 진행돼야 미국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유엔총회 개최 전에 워킹그룹이 출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16일 외교가에서 제기된다.
뉴스1의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 양국은 정부가 마련한 ‘가안’을 중심으로 워킹그룹 구성 방식과 주요 논의 안건을 협의 중이다. 외교부와 주한미국대사관이 주요 소통을 맡고 있다고 한다. 한 외교 소식통은 “실제 출범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워킹그룹이 가동되면 단기 상용 비자인 ‘B-1’ 비자의 권한 및 발급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먼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B-1 비자의 체류 자격에 대한 해석을 최대한 광범위한 방향으로, 미국 측과 적극 교섭해서 협의할 생각”이라며 “한미 워킹그룹 차원에서 협의가 시작되면 제일 우선적으로 다뤄질 의제”라고 설명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2일 워킹그룹의 수석대표를 “국장급에서 맡을 것”이라며 워킹그룹이 정무적 판단을 직접 내리기보다는 한미의 실무급 대화 채널로 운영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의회 입법 등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 문제보다는 한미 간에 빠르게 적용이 가능한 조치를 협의해 ‘제도 개선’ 효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조 장관은 주한미국대사관에,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인을 위한 별도의 ‘비자 데스크’ 설치도 워킹그룹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킹그룹은 이러한 단기적 사안 외에도 10년이 넘게 미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전문 인력 별도 비자 쿼터(E-4 비자) 신설’ 내용을 담은 ‘한국 동반자법'(PWKA) 입법이나 기술·공학 등 전문 직종 외국인을 위한 H-1B 비자의 한국인 쿼터 신설에 대해서도 ‘장기적 사안’으로 미국 측과 협의할 전망이다.

외교가에서는 한미가 오는 23일쯤 개막하는 제80회 유엔총회 전에 워킹그룹을 출범하는 것이 한미관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갖거나 약식으로 대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세·통상 문제, 군사·안보 현안이 아직 산적한 상황에서 한미 정상의 올해 두 번째 만남 전까지 비자 문제 해결의 첫 출발을 하지 못한다면,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가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두 정상이 비자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일치된 의견을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 미국의 분위기는 ‘나쁘진’ 않아 보인다.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차관회담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이번 사태를 제도 개선·한미관계 강화를 위한 전기로 활용해 나가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 고위 당국자가 구금 사태와 관련해 직접적인 유감 표명을 한 건 처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나는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라며 “우리는 그들을 환영한다. 우리는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배울 것이며 그렇게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의 전문 영역에서 그들보다 더 잘하게 될 것이라고 기꺼이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라고 말해 비자 제도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