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에게 통일교 현안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한 총재와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천무원 부원장(전 총재 비서실장)은 구속을 면했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전날(22일) 오후 1시 30분부터 한 총재와 정 부원장의 영장실질심사를 연이어 진행한 뒤 한 총재의 구속영장만 발부했다.
법원은 한 총재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정 부원장에 대해서는 △공범인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 등에 다툴 여지가 있으며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한 총재는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구속)에게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하며 통일교에 대한 정부 지원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또 같은 해 4~7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수천만 원대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전달하며 교단의 현안을 청탁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김 여사에게 건넬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와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 전 본부장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한 의혹도 받고 있다.
한 총재는 2023년 3월 권 의원을 위해 통일교 교인 약 12만 명을 국민의힘 당원으로 집단 가입시켜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다만 김건희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이와 관련된 범죄사실은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통일교에서 권 의원에게 건넨 불법 정치자금이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흘러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팀은 통일교의 재정을 관리하면서 김 여사에게 청탁 등을 실행한 혐의를 받는 윤 전 본부장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현금 1억 원을 관봉권으로 전달한 것을 파악했다. 수사팀은 그중 절반이 든 상자 포장지에 ‘왕'(王) 자가 새겨진 사실을 포착했다고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손바닥에 왕 자를 적고 경선 TV토론회에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이 청탁을 인지했거나 관여한 정황이 드러날 경우 통일교와의 ‘정교 유착’ 의혹은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해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A4 420쪽 분량의 의견서와 220여 쪽에 달하는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PPT)을 준비하고 팀장급 검사 포함 8명을 투입했다.
한 총재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한 총재가 고령인 점, 건강 문제에 따른 도주·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 총재는 최후진술에서 자신은 정치에 관심도 없고 이를 잘 모르며 정치인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