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관세협상은 10월 말 열릴 예정인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그 전이라도 물밑 협상을 통해 타결점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은 제가 알기로 없는 것 같다”며 “지나친 순간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여부는 큰 관심을 받았다. 공식 회담이 예정되지는 않았지만, 총회 현장에서 마주치면서 관세 관련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실제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지지부진한 관세협상이 10월 말 경북 경주시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까지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위 실장은 “APEC 계기에 한미 정상회담이 예상되고, 그러면 당연히 그 계기에 맞춰서 여러 현안을 진전시킬 일이 따라온다”며 “그렇게 염두에 두고 있고, 그 속에 관세협상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협의를 가속화해서 진전을 보여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세부사항이 들어가서 이견들이 있지만,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관세협상을 타결하기 위해 재무장관 회담 등을 포함한 실무협상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뉴욕에서 스콘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교착 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협상의 해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액의 세부 집행 방안과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가능성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 실장도 “여러 채널 소통을 하면서 관세협상과 무역협상 전반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재무라인도 가동될 수 있다”며 “외안라인에서도 동일한 이야기 중으로, 접점을 찾고 다음 정상회담 계기에 진전을 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관세협상을 타결점에 도달하면 타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위 실장은 “개인적으로 타결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입장차가 크고 견해를 조정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취하는 입장이 무리하거나 억지성의 입장이 아니고, 우리가 처한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고 합리적 입장을 이야기해서 서로 접점을 찾을 거라고 본다”며 “관세가 부과되는 것이기에 기업들의 불똥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가급적 빨리 타결하는 게 좋고, APEC 계기면 좋지만 그 계기에 맞춰서만 타결하란 법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을 시야에 두고 전에라도 타결점을 찾으려면 찾는다는 입장으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