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원 빅 뷰티풀 빌’ 법안 시행으로 20년간 이어진 미국 가정용 태양광 패널 설치 세금혜택이 올해 12월 31일 완전히 사라져 태양광 업계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세금혜택 폐지로 당장 설치 급감 불가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4일 서명한 법안에 따르면 현재 태양광 패널 설치비용의 30%를 세금혜택으로 돌려받는 제도가 연말 완전히 없어진다.
청정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에너지세이지에 따르면 미국 가정용 태양광 설치비용은 평균 2만9000달러(약 4000만 원)다. 기존에는 세금혜택을 통해 평균 8000달러(약 1100만 원)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이 혜택이 완전히 사라진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태양광 세금혜택 폐지로 앞으로 10년간 옥상 패널 수요가 85% 급감할 것”이라고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른 연구기관들도 설치 건수가 40~5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 분석가 조 오르디아는 솔라 서지 팟캐스트를 통해 “세금공제가 없어지면 더 이상 가정에서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경제성이 사라진다”며 “많은 주택 소유자들이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데 기존 7~8년이 아닌 12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태양광 설치비용, 다른 선진국보다 2~3배 비싸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세금혜택 폐지가 오히려 태양광 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의 태양광 설치비용이 다른 선진국보다 2~3배 비싼 상황에서 정부 보조금이 오히려 이런 비효율성을 가려왔다는 분석 때문이다.
태양광 에너지 산업협회(SEIA) 자료를 보면 실제 하드웨어가 아닌 설치·허가·영업·마케팅·금융 등 ‘소프트 비용’이 전체 태양광 시스템 비용의 65%나 차지한다. 이는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높은 비중이다.
가정용 태양광 금융업체 애트모스 파이낸셜 공동창업자 라비 미켈센은 “일부 딜러들이 금융 주선 수수료로 대출 금액의 25~40%까지 붙이고 있다”며 “이들이 세금혜택을 이용해 이런 과도한 비용을 숨겨왔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딜러 수수료가 차값의 1~3%에 그치는 것과 비교하면 태양광 업계의 수수료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보조금 없어도 2028년부터 다시 성장세 전망
그렇다면 보조금이 사라진 뒤 태양광 업계는 어떻게 될까. 에너지 시장 조사업체 우드맥킨지의 미셸 데이비스 글로벌 태양광 담당자는 놀라운 전망을 내놨다.
데이비스는 “2028년부터 가정용 태양광 업계가 다시 성장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2050년까지는 오히려 정부 보조금이 있는 경우보다 더 많은 태양광 설비를 매년 설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낙관론의 근거는 무엇일까. 태양광 패널 하드웨어 가격은 지난 10년간 75%나 떨어졌지만 이런 혜택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조금이 사라지면 업계가 진짜 경쟁을 통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데이비스는 “시장이 스스로 적응할 것”이라며 “세금혜택 종료는 태양광의 실제 비용을 드러내고 더 효율적인 사업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허가 시스템으로 비용 대폭 절약 가능
실제로 태양광 업계에서는 이미 비용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이 허가 절차 간소화다. 현재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지방정부 허가를 받는 데 몇 주가 걸린다. 하지만 지방정부·태양광 설치업체·에너지부가 함께 개발한 ‘솔라앱플러스(SolarAPP+)’라는 온라인 허가 시스템을 쓰면 이 시간을 몇 분으로 줄일 수 있다.
로체스터공과대학 연구진은 2021년 분석에서 태양광 보조금을 언제 끝내는 것이 가장 좋은지 연구했다. 연구 결과 “기술이 처음 나올 때는 많은 지원을 하다가 2032년까지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최적이라고 결론지었다.
원래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보조금을 주려고 계획했었다. 연구진이 제안한 2032년은 이보다 3년 빨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말인 2025년에 갑자기 끝내버렸다. 연구진이 말하는 적절한 시기보다 무려 7년이나 빠른 셈이다.
데이비스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는 업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효율적인 태양광 시장은 월마트 쇼핑과 같아야 한다. 명확한 가격표가 붙은 제품들이 진열되고 업체들이 고객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보조금이 사라지면 복잡한 금융 상품과 숨겨진 수수료로 소비자를 속이던 업체들이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대신 정직한 가격과 투명한 서비스로 경쟁하는 업체들만 시장에서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