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최악의 공급망 위기에 직면했다. 부품 부족과 생산 중단이 미국 전역의 공장을 덮쳤다. 이 지속적인 부족 현상은 차량 생산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안정까지 위협하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CBC 보도에 따르면, 포드와 스텔란티스 공장들은 이미 광범위한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수천 명의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실업 수당을 받게 되었다.
이번 생산 중단의 핵심에는 알루미늄 부족이 있다. 미시간주 지프 SUV 조립 라인이 지난주 중단됐다. 알루미늄 부족이 원인이었다. 이 라인은 다음 달 초까지 재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드 역시 3개 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 미시간과 켄터키에서 수천 명의 근로자가 영향을 받았다.
구체적인 원인 중 하나는 지난 9월 뉴욕 알루미늄 공장에서 발생한 3개의 경보 화재다. 이 화재로 인해 핵심 제조 일정이 심각하게 지연되었다.
영향을 받은 차량은 수익성이 높은 모델들이다. 고급 지프 SUV와 포드 익스페디션, 링컨 내비게이터 등이 포함된다. 포드의 켄터키 트럭 공장은 고가 모델인 슈퍼 듀티(Super Duty) 트럭 생산까지 축소해야 했다. 이 트럭 중 일부는 소매가가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가 넘는다.
문제는 알루미늄만이 아니다. 반도체 및 희토류 광물 공급 병목 현상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 긴장이 불안을 더욱 키운다. 네덜란드의 칩 제조업체 넥스페리아(Nexperia)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 소유주로부터 압수된 후 네덜란드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인 이 회사는 중국 모회사 수출 차단 조치 후 출하를 중단했다.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넥스페리아 칩 재고가 몇 주 분량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이는 잠재적인 글로벌 생산 둔화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업계 경영진은 현재의 상황이 과거 반도체 부족 사태와는 다르다고 경고한다. 여러 중요 소재에 대한 공급망 문제가 동시에 수렴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수십억 달러의 관세 비용과도 싸우고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전기차 전환 압박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평균 신차 가격은 약 5만 달러(약 7100만 원)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대안을 찾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관세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130억 달러(약 18조 4000억 원) 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 역시 알루미늄 공장 소유주와 협력하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