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보도에 의하면 미국의 자동차 대출 시장에서 신용점수 670점 이하의 ‘서브프라임(Subprime)’ 대출자들이 빠르게 연체 상태에 빠지고 있다. 이는 미국 경제의 심층부에서 균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로 분석된다.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 에 따르면, 60일 이상 자동차 할부금을 연체한 서브프라임 대출자의 비율은 2021년 이후 두 배 증가해 현재 6.43%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2008년 금융위기, 닷컴 버블 붕괴 등 최근 3번의 경기침체기보다 더 악화된 수준이다.
자동차 압류 건수는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며, 서브프라임 대출자의 부도율(압류되었거나 압류 직전 상태) 은 올해 9월 기준 약 10%에 이르렀다.
▷ 자동차는 ‘마지막까지 지키려는 빚’
경제학자들은 “자동차 대출 연체는 매우 심각한 신호”라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 자동차는 출근, 생필품 구매, 자녀 이동 등 생활 필수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량 가격 급등, 높은 금리, 생활물가 상승이 겹치며 자동차를 유지하기조차 힘들어진 가구가 늘고 있다. 일부 대출자는 차량 시세보다 많은 빚을 지고 있어 팔지도 못하고, 다른 대출(주택, 카드, 학자금 등)까지 연체에 몰리고 있다.
조지아대학교의 법학 교수 패멀라 푸히(Pamela Foohey) 는 “자동차 압류 시장이 다시 활황을 보이고 있다”며 “일부 서브프라임 대출기관은 차량에 GPS 장치를 설치해 연체 시 원격으로 시동을 차단하거나 즉시 위치를 추적한다”고 밝혔다.
▷ “K자형 경제” 심화
엑스페리안(Experian) 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규 자동차 대출의 절반 이상, 중고차 대출의 46%가 월 납입금 500달러 이상에 달하며, 신차 대출의 17%는 월 1,000달러를 초과한다.
차량 유지비도 급등했다. 차량 수리비는 전년 대비 15% 상승, 보험료는 5% 인상되어 서민층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반면 신용도가 높은 ‘프라임(Prime)’ 대출자들의 연체율은 0.5% 미만으로, 상위층 소비자는 여전히 안정적인 지출 여력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K자형 경제(K-Shaped Economy)’ 라고 부르며, “주식과 부동산을 보유한 상위층은 호황을 누리는 반면, 저소득층과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생계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의 한 차량 압류업체 대표 조지 바딘(George Badeen) 은 “지금 시장은 2008년 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압류가 늘고 있다”며 “현재는 ‘차량 압류업계에 매우 풍요로운 시기’”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자동차 대출 연체 급증은 단순한 금융문제가 아니라, 중산층 이하 가계의 체력 한계를 드러내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