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부터 미·중·일 정상회담까지 숨 가쁘게 이어진 ‘외교 슈퍼위크’를 마무리했다.
정부 출범 후 외교 최대 일정이 일단락되며 이 대통령은 향후 국정 초점을 한미 안보·관세 협상 합의문 작성 및 이행 방안 마련, 예산 국회 준비에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전날(2일) APEC 참석을 계기로 방한한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외교 슈퍼위크를 끝맺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미·중·일을 포함해 총 13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이외에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 대표,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 등을 접견했다.
정부 출범 후 5개월 만에 개최되는 등 부족한 준비 시간에도 APEC 의장국으로서 ‘경주선언’을 이끌어내고 26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는 등 큰 성과를 냈다. 특히 한미 통상·안보 협상을 극적 타결하고 중국과는 악화한 관계를 복원하는 등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빛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 통상·안보 협상 합의문 작성 조율…핵잠수함 최종 동의 필요
이 대통령이 마주할 후속 과제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는 통상·안보 협상 후속 조치를 마무리해야 한다. 한미 양국은 양해각서(MOU)와 조인트 팩트시트 작성 조율 과정에 있다.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원자력협정 개정과 핵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국 측의 최종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미국 측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올 수 있어 끝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통상 관련 팩트시트는 한미 간에 마무리가 됐다”며 “안보 분야가 마지막 협의를 하고 있어 기다리는 상태”라고 말했다.
안보 분야 협상 컨트롤타워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세부적인 문안 조정을 하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이 핼러윈 등 휴일이라 진전이 느린 정도지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MOU와 팩트시트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예산 전쟁 앞둔 국회…李 “재정의 적극적 역할 필요”
오는 5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예산 국회’ 준비도 필요하다. 국회는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약 673조 원)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윤석열 정부 예산안의 지출 증가율(3.2%)의 2배 이상이며, 2022년 문재인 정부 예산안 증가율(8.9%)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뿌릴 씨앗이 부족하다고 밭을 묵혀놓는 그런 우를 범할 수 없다.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국회와 긴밀히 소통해 차질 없는 예산 처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여당은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인 만큼 원안을 사수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야당은 새 정부의 전면적인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