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페루에서 친위 쿠데타 공모 혐의로 기소된 전 총리의 망명을 허용하자 페루 정부가 이를 비난하며 멕시코와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로이터, AFP통신 등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우고 데 젤라 페루 외교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는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쿠데타 시도 공모자로 지목된 베트시 차베스 전 총리가 멕시코 대사관저에서 망명을 허가받았다는 사실을 놀라움과 깊은 유감 속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비우호적인 행위와, 멕시코 전·현 대통령이 페루 내정에 반복적으로 간섭해 온 사례들을 고려해 페루 정부는 오늘부로 멕시코와의 외교관계를 단절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정이 영사 관계의 정지를 의미하지 않는다면서 멕시코 영토 내 페루 국민들은 영사관의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2021년 7월 대통령에 취임한 좌파 성향 카스티요는 수차례 탄핵 소추를 당하는 등 의회와의 대치가 이어진 끝에 계엄령 및 의회 해산을 시도하다 2022년 12월 탄핵당했다.
이후 카스티요은 가족과 함께 페루 주재 멕시코 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하러 가던 중 체포돼 반란·권한 남용 혐의로 차베스와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카스티요에게 징역 34년 형을, 차베스에게는 의회 해산을 공모한 혐의로 25년 형을 구형했다.
당시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의 좌파 정권 국가들은 노동운동가 출신 좌파 대통령인 카스티요의 탄핵을 비판하며 카스티요 편에 섰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시 멕시코 대통령은 카스티요의 축출을 “쿠데타”로 규정하며 페루와 갈등을 빚었다.
2022년 12월 멕시코가 카스티요의 부인과 자녀들에게 망명을 허가하자, 페루는 멕시코 대사를 추방했다. 2023년 5월에는 페루 의회가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외교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하기도 했다.
오브라도르의 집권당 후보로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역시 이러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카스티요 뒤를 이어 대통령직을 승계했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마저 지난달 탄핵당하자 셰인바움 대통령은 카스티요의 탄핵을 ‘쿠데타’로 간주한다며 “카스티요가 석방돼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