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군이 현재 보유한 11척의 항공모함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한 동시다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국가안보저널(National Security Journal)은 5일(현지시각) 보도에서 중국의 ‘항공모함 킬러’ 미사일과 러시아의 핵잠수함 위협이 급증하면서 미 해군의 해양 지배력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대만 분쟁을 가정한 전쟁 게임 시뮬레이션에서는 미국이 최종 승리하더라도 초기 전투에서 항공모함 2~4척을 잃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역사적으로 3개 전역에 동시 전력을 투사하려면 15척의 항공모함이 필요하지만, 예산 제약과 조선산업의 한계로 이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11척 항모, 순환 배치로 실제 작전 투입은 3~4척뿐
미 해군은 2025년 현재 11척의 핵추진 항공모함을 운용하고 있다. 구형 니미츠급과 신형 제럴드 R. 포드급으로 구성된 이들 항공모함은 각각 약 10만 톤의 배수량과 65~70대의 항공기를 탑재한다.
각 항공모함은 순양함, 구축함, 잠수함, 병참 지원함으로 구성된 항공모함 타격단의 일부로 배치돼 외국 기지에 의존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한다.
그러나 순환 배치 체계로 인해 특정 시점에 인도-태평양, 지중해, 중동 등 핵심 지역에 실제 배치되는 항공모함은 3~4척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유지보수나 훈련 주기에 있으며, 핵연료 재급유와 복잡한 점검으로 인해 수개월에서 수년간 작전에서 제외된다.
항공모함을 계속 해외에 배치하다 보니 함정과 승조원 모두에 큰 부담이 가해진다. 그 결과 해외 배치 기간은 점점 길어지는 반면, 정작 필요한 유지보수 기간은 오히려 짧아지고 있다. 이는 전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추가 병력을 신속하게 투입하는 능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DF-26’ 1000발 보유 추정…괌 기지까지 타격 가능
미 해군의 항공모함 운용에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히는 것은 중국의 대함 탄도미사일이다. 중국의 DF-21D와 DF-26은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며 미국 항공모함이 적대 해안에서 더 멀리 작전을 수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DF-21D는 사거리가 1500km 이상이며, DF-26은 4000km 이상으로 필리핀해 깊숙한 곳까지 도달해 미국 괌 기지도 타격할 수 있다. 특히 DF-26은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모두 장착할 수 있어 위기관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미 국방부의 2022년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DF-26과 같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2021년 300발에서 2022년 500발로 늘렸으며, 현재는 1000발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발사대는 약 250개로 각 발사대당 2발의 미사일을 재장전할 수 있어 중국은 신속하게 적의 방어를 압도할 수 있다.
러시아는 항공모함 전력은 취약하지만, 극초음속 대함 미사일로 무장한 순양함 함대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핵잠수함 함대는 미국 항공모함에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된다.
냉전 시대 15척 체제 복원 사실상 불가능
대만 분쟁을 시뮬레이션한 전쟁 게임에서는 미국이 궁극적으로 승리하더라도 전투 초기에 항공모함 2~4척을 잃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리적 요인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중국의 대만 침공과 러시아의 나토 공격 같은 동시다발 위기에 대응하려면 서태평양, 북대서양, 중동에서 항공모함의 지속적인 배치가 필요하다.
역사적 분석에 따르면 3개 전역에 지속적으로 주둔하려면 15척의 항공모함이 필요하다. 미국은 11척을 보유하고 있어 양면 전쟁이 발생하면 자원 부족에 직면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1980년대 레이건 행정부 시절 소련과의 냉전 대응을 위해 600척 규모의 해군과 15척의 항공모함 체제를 구축했었다. 당시 해군력은 1987년 594척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냉전 종식 후 대폭 축소됐다.
포드급 항모 건조비 18조 원…조선산업 위기가 발목
함대 확장이 쉽지 않은 이유는 비용과 산업 기반의 한계 때문이다. 각 포드급 항공모함의 건조 비용은 130억 달러(약 18조 원) 이상이다.
미 해군은 2054년까지 약 390척의 선박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항공모함은 비용과 산업 제약으로 현재 수준에서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비 주기와 핵연료 재급유로 적어도 한 척은 항상 정밀 검사 중이어서 가용성이 더욱 제한된다.
예산 삭감, 노동력 부족, 기타 경제적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조선산업의 상태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일부 포드급 항공모함을 포함한 여러 프로젝트가 제조 문제로 여러 차례 지연됐다. 미국이 더 많은 항공모함을 주문하더라도 현재의 산업 기반으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으며, 필요한 결과를 보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전문가들은 대안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구축함, 호위함, 무인 시스템 같은 더 작고 저렴한 플랫폼에 의존하는 분산 해상 작전이 항공모함을 보완하고 취약성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순항 미사일로 무장한 공격 잠수함을 강조하는 잠수함 중심 접근 방식은 분쟁 지역에서 생존 가능성을 제공한다. 미사일 방어와 전자전 역량 강화도 중국과 러시아의 접근 거부/지역 거부(A2/AD) 위협에 대응하는 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해군 항공 전력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더 큰 항공모함 함대 유지가 미국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반박한다. 오늘날의 위협과 미국의 경제적 현실을 고려할 때 약 15척의 항공모함으로 구성된 함대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