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온 직후 공항에서 체포돼 약 4개월간 구금됐던 김태흥(41·미국 영주권자) 씨가 최근 석방됐다고 지원단체가 16일(현지시간) 밝혔다.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전날 김 씨를 텍사스주 레이먼드빌의 ‘엘 발레'(El Valle) 이민구치소에서 석방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7월 21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입국심사 도중 세관국경보호국(CBP)에 의해 2차 심사 대상자로 분류된 뒤 곧바로 구금됐다. 그는 한국에서 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으며, 미국에서 35년 넘게 거주한 영주권자로 텍사스 A&M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라임병 백신 연구를 진행해왔다.
CBP는 2011년 김 씨가 소량(30g 이하)의 대마초를 소지했다가 적발된 이력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 씨는 사회봉사명령을 모두 이행했으며, 미교협과 가족 측은 ’14년 전 경범죄가 장기 구금 사유가 될 수 없다’라고 주장해왔다.
미교협은 성명에서 김 씨에게 가해진 조치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규탄했다. 성명에 따르면 CBP는 체포 과정에서 변호사 접견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김 씨를 하루 두 차례 이상 이동시키고 조명을 밤새 켜둔 채 수면할 것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후 사건이 ICE로 이관되면서 김 씨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등 세 주의 구금시설로 잇달아 이감됐다. 미교협은 “ICE는 불필요한 이동으로 막대한 세금을 낭비했고, CBP와 ICE는 모든 단계에서 김 씨가 누릴 수 있는 법적 절차를 명백히 무시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이민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도 국토안보부(DHS)는 체포·구금의 정당성을 입증할 문서를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사건을 기각했고 DHS는 항소 기간을 부여받았으나 기한 내 항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ICE는 김 씨를 추가로 4일간 더 구금했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은 지난 8월 방미한 이재명 대통령의 동포간담회에서도 언급됐다. 당시 김 씨의 모친이 작성한 편지가 이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대통령은 즉시 대사관에 협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워싱턴DC 총영사가 미교협과 가족 측과 접촉하며 지원에 나섰다.
미교협은 전국적 캠페인을 통해 석방을 촉구해왔다. 단체에 따르면 연방의회 사무실 등에 140여 통의 전화와 2000건 이상의 청원, 120건이 넘는 이메일이 발송됐으며, 의원실과의 면담도 총 8차례 진행됐다.
베키 벨코어 미교협 공동 사무총장은 “김 씨를 계속 구금한 것은 ‘실수’가 아니다”라며 “민영교도소 기업들은 구금자 1명당 하루 약 165달러의 수익을 얻는다. 이들에게 김 씨와 같은 이민자들은 사람이 아니라 ‘상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영운 미교협 조직국장은 “김 씨는 학업과 가족, 반려견 세 마리 곁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랐다”라며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김 씨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행동했으며, 김 씨와 그의 가족은 이러한 지지에 감사와 놀라움을 밝혔다”라고 전했다.
미교협은 앞으로도 김 씨가 정상적인 연구·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