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가 추진하는 200억 달러(30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15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방산 협력과 원전 및 재생에너지 분야 제3국 공동진출 추진도 약속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18일 오후 UAE 아부다비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이같은 내용의 협력 방안에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UAE 국빈 방문으로 이뤄진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UAE가 추진 중인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해 AI와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초기 투자 규모만 30조 원으로 우리나라 스타트업을 비롯한 기업들의 해외 사업 참여 기회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하 수석은 프로젝트와 관련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원전, 가스,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전력망을 구축한다”며 “반도체 공급망까지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피지컬 AI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첫 협력 프로젝트로 항만 물류에 피지컬 AI를 적용하기로 했다. 시범사업 대상은 한국 부산항과 UAE 아부다비 칼리파항이다. 하 수석은 “한국과 UAE가 미래 해운 물류 혁신을 선도할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양국은 정부, 기업, 전문기관 등으로 구성된 각 분야별 워킹그룹을 연내에 조속히 구성해 실질 성과를 도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국은 방산 분야 완성형 가치사슬 협력 모델도 구축하기로 했다. 단순 수출·구매 구조에서 벗어나 공동개발과 현지생산, 제3국 공동 수출에 이르는 협력 모델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한국 국방 장비에 대한 UAE의 독자적 운용 능력 확보도 지원하기로 했다.
협력 모델을 통해 우리나라는 150억 달러 이상의 방산 수출 사업 수주 가능성을 열어놨다. 강 비서실장은 “우리 방산 기업의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 북미 등 제3국 시장을 확보할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양국은 에너지 분야에서도 협력을 넘어 제3국 공동진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위해 양국의 대표적인 협력사업인 원유비축 사업 규모를 현 400만 배럴에서 1000만 배럴로 확대하고 향후 2~3배 확대하기로 했다. UAE는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암모니아, 조선 등 분야에서도 우리 기업과 구체적인 프로젝트 발굴을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또 한국전력과 UAE원자력공사는 제3국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하 수석은 “바라카 원전이 약 200억 달러 규모 사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속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 및 암모니아,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재생에너지, 스마트플랜트까지 포함하는 패키지형 프로젝트에서 바라카를 뛰어넘는 차세대 해외사업 모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외에도 양국은 AI를 기반으로 한 첨단산업·의료·우주항공·방산 등을 포함하는 복합 클러스터인 가칭 ‘UAE K-city’ 조성에 합의했다. 강 비서실장은 “단순한 산업지구나 문화 단지 개념을 넘어 K-컬처에 관련한 미래 산업, 기술, 문화, 인재, 투자, 시장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구현하는 전주기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UAE K-city를 기반으로 중동지역 K-컬처 시장도 공략한다. 올해 기준 중동 지역 K-컬처 시장 규모는 약 441억 달러로, 2030년에는 70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비서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우호 과시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실질적 경제협력의 출발”이라며 “양국 간 적시성 있는 소통을 통해 정상 간 합의사항이 빠른 시일 내 구체적 성과로 구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