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Inc.)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당초 알려진 유머러스한 춤 영상과 달리, 이제는 경찰력의 핵심 장비로 자리매김하며 심각한 윤리적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계단을 오르고 문을 여는 능력을 갖춘 스팟은 출시 5년 만에 무장 대치, 인질 구출, 위험 물질 사고 등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 투입되는 빈도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스팟은 75파운드(약 34kg) 무게로 독일 셰퍼드 크기에 달하며, 경찰이나 실제 수색견을 투입하기 위험한 상황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블룸버그 뉴스에 제공한 미공개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60개가 넘는 폭발물 처리반(Bomb Squads)과 특수기동대(SWAT Teams)가 스팟을 운용하고 있다.
10만달러 로봇견, 위험 상황 최전선
스팟의 법 집행기관 내 역할은 다양하다. 2022년 플로리다주 세인트 피터스버그에서는 자신의 아들을 납치하려다 차량 사고를 낸 남성에게 접근해 무장 여부를 살피며 상황을 주시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지난해 매사추세츠주 노스 앤도버의 중학교에서는 화학 폐기물 사고를 평가하는 데 기여했으며, 하이아니스에서는 어머니를 칼로 위협하고 경찰관에게 발포한 용의자를 코너에 몰아넣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장에 투입된 매사추세츠주 경찰 폭발물 처리반 소속 존 라고사 대원은 “용의자가 ‘저 개는 뭐지?’라고 생각하며 놀라는 사이 로봇이 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후 최루탄을 사용해 용의자를 체포하는 데 성공했다.
스팟의 시작 가격은 약 10만 달러(약 1억 4000만 원) 수준이다. 이 로봇은 정비 점검, 가스 누출 감지, 장비 결함 검사 등 여러 상황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현장 투입 시 결정은 라고사 대원과 같은 인간 조작자에게 의존한다. 조작자는 비디오 게임 컨트롤러와 유사한 태블릿을 이용해 라이브 카메라 피드를 보며 로봇을 조종한다. 내장된 센서는 내비게이션과 지도 작성을 담당하며, 고위험 상황에서는 경찰관들이 더 큰 화면으로 실시간 피드를 공유할 수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스팟의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최근 미끄러운 곳에서 이동을 돕는 모드를 추가했으며, 실제 세계의 물체를 더 잘 조작할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스팟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대가 운용되고 있으며, 네덜란드 국방부와 이탈리아 경찰 등에서도 사용 중이다. 브렌던 슐먼 보스턴 다이내믹스 정책 및 정부 관계 담당 부사장은 “대부분의 고객은 여전히 제조업체나 유틸리티 공급업체 등 산업 분야지만, 지난 2년간 법 집행기관의 관심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매사추세츠주 경찰은 2020년과 2022년에 각각 한 대씩 총 두 대의 스팟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가 장치를 포함해 대당 약 25만 달러(약 3억 6600만 원)가 소요됐다. 이 비용은 주로 주(州) 정부 지원금으로 충당됐다. 라고사 대원은 조만간 세 번째 로봇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휴스턴은 스팟 3대를, 라스베이거스는 1대를 운용 중이다.
텍사스 A&M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 및 공학 명예교수인 로빈 머피는 경찰 폭발물 처리반이 1980년대부터 지상 로봇을 사용해왔으며, 2000년대 초반에 보급이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팟이 기존의 바퀴나 궤도형 로봇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4족 보행 디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스팟이 기존 로봇보다 훨씬 뛰어난 민첩성과 기동성을 갖게 해준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머피 교수는 모든 부서가 이러한 첨단 로봇을 소유할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높은 비용과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4족 보행 로봇의 추가적인 이동성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군용 기술 민간 치안 투입…’로봇 경찰국가’ 경계론
스팟과 같은 로봇 기술의 법 집행기관 투입은 비용 문제 외에도 군사용 장비가 민간 치안 환경에 배치되는 것에 대한 윤리적, 감독적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반자동 로봇이 경찰에 사용되는 것은 경찰력의 ‘군사화’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다. 실제로 광범위한 벤처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국방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는 2025년에 280억 달러(약 40조 원)를 넘어섰는데, 이는 전년 대비 200% 증가한 수치라고 피치북(PitchBook) 데이터는 밝힌다.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CE)은 캐나다 기술 제조업체인 아이코어 테크놀로지(Icor Technology Inc.)의 로봇에 약 7만 8000달러(약 1억 1400만 원)를 지출했는데, 이는 스팟과 유사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연막탄도 배치할 수 있는 것으로 계약 기록에 나타난다.
일부 대형 경찰 조직은 아이로봇(iRobot Corp.)이 개발한 ‘팩봇(PackBot)’과 같은 군용 등급 로봇도 배치하고 있다. 이 휴대용 로봇은 원격 조작으로 무기를 다루거나 의심스러운 물체를 검사할 수 있으며, 내장된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인질 상황에서 용의자와 소통할 수 있다. 이 로봇은 9·11 테러 이후 세계 무역 센터 현장에서 잔해 속을 수색하는 등 재난 대응에도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시민 자유 단체와 기술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자율 로봇의 사용이 치안 활동의 군사화된 접근 방식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21년 뉴욕 경찰국(NYPD)은 예산 제약과 로봇의 광범위한 감시 역할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인해 스팟의 제한적 사용을 일시 중단했었다. 하지만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NYPD는 이후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스팟 2대를 구매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공공 안전 고객에게 스팟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전자 프런티어 재단(EFF)의 선임 조사 연구원인 베릴 립튼은 법 집행기관의 손에 들어간 도구의 사용을 기업이 제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특정 회사의 선의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총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총기 사용에 대한 규칙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립튼 연구원은 감시 관점에서 볼 때, EFF는 주(州) 차원, 이상적으로는 연방 차원의 법률이 적절한 사용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특정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규제를 기다리는 것에 “숨죽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공공 공개와 지역 시의회 및 선출직 감독 기관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로봇견이라는 용어가 법 집행기관이 치안 목적으로 축적하는 기술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로봇견’이라는 애정 어린 틀이 대중에게 기술의 사용을 정상화시키고 있다”며 “이것은 실제 개가 아닌 또 다른 경찰 기술 장비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워싱턴 대학교 로스쿨의 로봇공학 법 전문가인 라이언 칼로 교수는 이 기술이 대중의 법 집행기관에 대한 회의론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안전한 배치를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이 로봇공학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은 단순한 심리적 변덕이 아니다”라며, “경찰 활동에서 로봇의 과도한 사용은 경찰을 대중에게 더욱 비인간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수년 동안 치안의 근간이었던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파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고사 대원은 매사추세츠주 경찰이 특정 임무에 드론과 다른 로봇 공학 장비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관점에서 스팟 사용의 장점은 다른 드론이 갈 수 없는 곳에 갈 수 있고, 다른 로봇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배터리 수명도 길어서, 드론의 20~30분에 비해 스팟은 약 1시간 30분 동안 작동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칼로 교수는 스팟이 실내에서 더 잘 작동하며, 원격 조작자 없이 자율 임무를 수행하도록 훈련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자율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드론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칼로 교수는 로봇공학이 투명하게 사용되고 명확한 경계 내에서 활용될 때 귀중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모든 경찰관에게 로봇 파트너가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사전에 서면으로 명시된 특정 상황에서 로봇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아무도 경찰이 비상 상황에서 목숨을 걸거나 상황 인지에 실패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로봇 경찰 국가에 살기를 원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