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로봇 스타트업 ‘파운데이션(Foundation)’은 최근 2027년 말까지 최대 5만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는 당초 계획이었던 2026년 1만 대 생산 목표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로봇 업계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공격적인 규모 확장이다.
2027년까지 5만 대 생산…’전투 드로이드’의 현실화
17일(현지시각) 과학 기술 전문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파운데이션이 개발한 ‘팬텀(Phantom) MK-1’은 키 175cm, 무게 약 80kg의 제격을 갖췄으며, 검은색 프레임과 매끄러운 외관으로 흡사 영화 ‘스타워즈’의 전투 드로이드를 연상시킨다. 이 로봇은 단순한 산업용을 넘어 정찰, 폭발물 처리, 고위험 지상 작전 등 군사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초엘리트 기술진의 결합과 공격적 비즈니스 모델
파운데이션의 광속 성장의 배경에는 테슬라, 보스턴 다이내믹스, 스페이스X, 1X 등 세계 최고의 기술 기업 출신 경영진이 있다. 특히 테슬라에서 모델 X와 모델 Y의 대량 생산을 진두지휘했던 제조 책임자가 합류해 생산 공정의 최적화를 이끌고 있다.
파운데이션은 로봇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연간 약 10만 달러(약 1억 3,500만 원)의 비용으로 임대하는 방식을 취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로봇이 24시간 가동될 경우 여러 명의 인건비를 대체할 수 있어 산업 현장에서도 충분한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 살상 무기 논란 속 ‘인간 통제’ 강조
전장 투입용 로봇인 만큼 윤리적 문제와 ‘킬러 로봇’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산카엣 파탁 최고경영자(CEO)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팬텀 MK-1은 완전 자율 살상 무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로봇이 이동과 항법은 스스로 관리하되, 실제 살상 결정은 인간 조작자가 내리는 ‘인간 참여형(Human-in-the-loop)’ 모델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로봇 병사 투입이 인명 피해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낮추어 오히려 군사적 충돌과 전쟁의 문턱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 전쟁의 판도 바꿀까
파운데이션의 계획이 실현될 경우, 위험한 임무에서 인간을 대신해 가장 먼저 투입되는 ‘최초 투입자(First-in)’로서 휴머노이드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질 전망이다. 기술적 한계와 윤리적 쟁점이 여전히 남아있으나, 5만 대 규모의 로봇 군단이 현실화된다면 전장과 산업 현장의 풍경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