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정부가 차량 운행 제한 등 수요 억제 대책 검토에 착수했다.
특히 민간 차량까지 포함한 전국 단위 부제가 시행될 경우 1991년 걸프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에너지 위기 대응을 위한 고강도 조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걸프전 이후 처음’ 민간 차량 부제 검토…에너지 위기 고강도 대응
17일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절약 필요성을 강조하며 자동차 5부제나 10부제 등 운행 제한 방안을 검토할 것을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등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기후부는 시행 범위와 시기, 적용 대상 등을 포함한 구체적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기후부 관계자는 “부제를 시행하더라도 필요한 수준에서 최소 범위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에너지 수급 상황을 보면서 적용 시기와 방식 등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량 부제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 7·8조’에 근거한다. 해당 법은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우려가 있는 경우 정부가 에너지 사용 설비의 이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차량도 여기에 포함된다. 공공기관의 경우 별도 규정에 따라 승용차 요일제가 이미 의무화돼 있다.
‘석유파동·걸프전’ 당시 시행…실효성 논란과 사회적 부담은 과제
과거 사례를 보면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에는 8기통 이상 고급 승용차 운행 금지 조치가 시행됐고, 1991년 걸프전 당시에는 약 두 달간 전국 단위 10부제가 실시됐다.
이후 외환위기 때 2부제 논의가 있었으나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06년에는 공공부문 중심의 요일제가 도입됐고, 국제행사나 교통 혼잡 대응을 이유로 한시적 부제가 일부 지역에서 운영된 바 있다.
다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공공기관 요일제도 강제성이 제한적인 데다, 민간 차량까지 규제를 확대할 경우 각종 예외 적용이 불가피해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태료 등 직접 제재 도입 역시 사회적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실제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변수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