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매해 수백조 원을 쏟아붓는 ‘두뇌 영양제’ 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분석이 나왔다. 수많은 제품이 ‘기억력 개선’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유혹하지만, 실제 임상 시험을 통해 인지 노화를 늦추는 효과를 입증한 것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일(현지시각) 세계적인 장수 의학 전문가 게리 스몰(Gary Small) 해켄색 메리디안 헬스 교수의 조언을 인용해 뇌 건강 보충제의 실상과 허상을 보도했다. 유클라(UCLA) 장수센터 소장을 지낸 스몰 교수는 74세의 나이에도 현직에서 활동하며 본인이 직접 실천하는 보충제 섭취 지침을 공개했다.
멀티비타민의 반전… “인지 노화 2년 늦춘다”
그동안 의학계에서 멀티비타민은 “비싼 소변을 만들 뿐”이라는 냉소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는 이 같은 통념을 뒤집는다.
하버드대 의대팀이 주도한 ‘코스모스(COSMOS)’ 연구의 하위 분석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 성인이 매일 멀티비타민을 복용했을 때 대조군보다 에피소드 기억력(사건 기억력) 점수가 소폭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차이를 인지 연령으로 환산하면 약 2년의 노화를 늦춘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스몰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가장 설득력 있는 데이터로 꼽으며 멀티비타민을 챙겨 먹는다. 다만 그는 제품의 마케팅 용어보다 ‘성분’과 ‘용량’이 과학적으로 설계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가 선택한 ‘커큐민’과 ‘CoQ10’… 이유는 명확
스몰 교수가 매일 챙기는 또 다른 성분은 강황의 핵심 성분인 커큐민이다. 그는 과거 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중맹검 실험에서 커큐민 복용 그룹의 기억력과 주의력이 개선된 점을 확인했다. 커큐민의 항염증 특성이 뇌 내 독성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축적을 억제할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커큐민은 강황에 가장 풍부하며 생강에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지용성이라 올리브유 등 지방과 함께 섭취하고, 후추의 피페린 성분을 곁들여야 체내 흡수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코엔자임Q10(CoQ10) 역시 그의 식단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뇌 건강만을 위한 선택은 아니다. 콜레스테롤 조절을 위해 스타틴 계열 약물을 복용 중인 그는 약물 부작용인 근육통과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CoQ10을 병용한다. CoQ10은 고등어, 참치 같은 등푸른 생선과 소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에 많다. 채소 중에는 브로콜리, 시금치에 들어있지만 함량이 적으므로 땅콩, 호두 등 견과류를 함께 먹는 것이 효율적이다.
“효과 미미” 비타민D·오메가3에 지갑 닫는 이유
반면 스몰 교수가 멀리하는 성분들도 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영양제 중 하나인 비타민D와 B12가 대표적이다. 그는 “수치가 정상 범위라면 추가 섭취가 인지 기능에 도움을 준다는 증거가 희박하다”며 야외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비타민D를 합성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오메가3에 대한 시각도 단호하다. 보충제 형태의 오메가3는 임상 시험에서 일관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그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생선을 직접 섭취하는 방식을 택한다. 관찰 연구 결과 생선을 즐겨 먹는 사람들의 인지 저하 위험이 낮다는 사실은 반복적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근력 운동용으로 알려진 크레아틴이나 뇌 세포막 성분인 포스파티딜세린 등은 잠재적 이점은 인정하되, 본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판단해 섭취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챙겨야 할 ‘스마트 에이징’ 체크리스트
뇌 건강을 위해 영양제 결제를 고민하고 있다면 다음 세 가지 지표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첫째, 결핍 여부 확인이다. 비타민 B12나 D는 혈액 검사를 통해 결핍이 확인되었을 때만 보충제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정상 수치에서의 과다 복용은 비용 낭비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제조사 신뢰도 검수다. 보충제는 의약품과 달리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받았는지, 제3자 기관을 통해 성분 함량과 순도를 검증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셋째, 생활 습관과의 병행이다. 세미멜바이스 대학교의 모니카 페케테 교수는 “가장 강력한 뇌 보호 수단은 영양제가 아니라 운동, 숙면, 사회적 교류”라고 단언한다.
뇌 건강의 핵심은 화려한 용기에 담긴 알약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선별적 섭취와 균형 잡힌 생활 습관의 조화에 있다. 영양제 마케팅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소비자는 더 냉정하게 ‘내 몸의 수치’를 먼저 살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