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달 180만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시장은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지역별 흐름은 크게 엇갈렸다.
유럽은 보조금과 높은 연료 가격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한 반면, 북미는 정책 지원 약화와 세액공제 종료 여파로 부진을 이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은 영국의 전기차 배터리 전문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의 집계 자료를 인용해 올해 5월 기준 글로벌 전기차 판매가 180만대를 기록했다고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 전월보다 7%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는 750만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 유럽 판매 26% 증가
지역별로는 유럽의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유럽의 5월 전기차 판매는 42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23%, 전월 대비 2% 늘었다. 올해 누적 판매는 20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의 찰스 레스터 데이터 매니저는 유럽이 올해 주요 전기차 시장 가운데 가장 강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책 인센티브와 중국 완성차 업체의 존재감 확대가 유럽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료 가격 상승도 전기차 수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휘발유 가격 전망도 전기차 구매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에서는 중국산 전기차 비중도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보조금 제도가 현지 생산 모델에 유리하게 설계됐음에도 중국 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영국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32%는 중국에서 생산된 차량이었다. 독일은 14%, 프랑스는 10%로 집계됐다.
◇ 중국 업체, 유럽 현지 생산 확대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수출을 넘어 유럽 현지 생산도 확대하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2026년 하반기 스페인 사라고사 인근 공장에서 립모터 B10 소형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후 립모터 3개 모델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텔란티스는 둥펑 차량을 유럽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의 일부 매각을 놓고 지리자동차와 협의하고 있다.
닛산과 체리는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서 체리 차량을 생산하는 방안과 계속 연결돼 있다. 상하이자동차(SAIC)-MG는 스페인에 새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공장은 2028년까지 연간 최대 12만대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비야디는 올해 말 헝가리에서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튀르키예 공장 계획은 일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 북미는 25% 감소
북미 전기차 시장은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북미의 5월 전기차 판매는 12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26% 줄었다. 올해 누적 판매도 58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했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3% 늘었다.
북미 부진은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계획을 축소하고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가 지난해 9월 폐지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기차 보급을 뒷받침하던 정책 지원이 약해지면서 소비자 수요도 위축됐다.
캐나다 시장에서는 변화가 예고됐다. 캐나다가 중국산 전기차 4만9000대에 대해 낮은 관세를 적용하는 관세할당제 협정을 도입한 뒤 비야디는 올해 말까지 캐나다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비야디는 토론토, 밴쿠버, 몬트리올, 캘거리 등에 20곳 넘는 대리점을 열 계획이다. 초기 판매 모델은 아토3, 실, 돌핀, 시걸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 내수 부진, 수출은 사상 최대
중국의 전기차 내수 시장은 지난해보다 약했다. 중국의 5월 판매는 99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9% 줄었다. 올해 1∼5월 누적 판매는 39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감소했다.
다만 최근 몇 달 동안 판매는 개선되고 있다. 5월 판매는 전월 대비 11% 늘었다.
차량 판매 부진에도 배터리 수요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다. 소비자들이 더 큰 배터리팩을 장착한 대형 전기차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벤치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는 올해 초 도입된 보조금 제도가 중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평균 배터리 용량을 키우는 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수는 약했지만 수출은 기록을 새로 썼다. 중국의 신에너지차 수출은 5월 약 45만대에 달해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수출 모두 강한 증가세를 보였다.
수출은 비야디가 주도했고 체리와 지리가 뒤를 이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도 중국 전기차 수출 물량의 주요 축으로 남아 있다.
레스터 매니저는 중국 내수 약세와 수출 강세의 격차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내수 시장은 올해 누적 기준 15% 감소하며 부진하지만 비야디와 체리, 지리가 해외 시장을 이끌면서 수출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은 전체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역별로는 전혀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유럽은 정책 지원과 연료비 부담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고 북미는 정책 후퇴 속에 판매가 줄고 있다. 중국은 내수 부진을 수출 확대와 배터리 대형화로 일부 상쇄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