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과정에서 잇따라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경쟁 제한 우려’를 담은 중간심사보고서를 낸 지 며칠 안돼 이번엔 미국 법무부가 이번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검토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대한항공은 대형 합병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진통으로 판단하면서도 막바지에 이른 기업결합에 차질이 없도록 각국 당국과의 협의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법무부가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특히 반도체 등 핵심 상품의 화물 운송을 한 회사가 좌지우지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제로 소송을 제기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 5월12일 미국 법무부와의 대면 미팅을 통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타임라인도 아직 미정이고, 당사와 지속 논의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받았다”며 “소송 여부는 전혀 확정된 바 없으며 미국 매체가 소송 가능성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EU 경쟁당국은 지난 17일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이번 기업결합이 한국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간 4개 노선의 여객 운송 서비스에서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물 부문에서도 유럽 전역과 한국 사이 가장 큰 운송업체가 돼 서비스 가격이 오르거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은 EU의 2단계 기업결합 심사 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통상적인 절차라는 입장이다. EU가 중간심사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내용에 대해 필수 조치안을 먼저 제출하게 된다. 이에 더해 6월 말까지 2단계 기업결합심사와 관련해 경쟁 우려 완화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도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시정 조치들을 통해 당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EU 심사 전초전격인 영국 경쟁당국 심사에서도 히스로공항 슬롯(공항 이·착륙 허용 횟수) 17개 중 7개를 영국 항공사인 버진애틀랜틱에 넘기는 방식으로 경쟁 제한 우려를 불식하고 합병을 승인받았다.
남아 있는 EU와 미국, 일본의 경쟁당국과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이 같은 일부 노선 조정을 포함한 시정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2년간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로펌, 자문사를 선임하고 경영진이 직접 나서 각국 경쟁당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이번 합병을 위해 지나치게 많은 운수권과 슬롯을 외국 항공사에 넘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어 시정조치 수준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반납될 일부 장거리 노선을 가져갈 수 있는 국내 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091810)의 대형기가 각각 4대, 3대에 불과하고 항공기를 추가로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제약 요인이다. 에어프레미아는 6년이 갓 지난 신생 항공사이고, 티웨이항공은 장거리 운항 경험이 없고 미주·서유럽 비행에 여러 조건이 붙는다는 단점도 있다.
상대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노선 분배에 가려져 있지만 화물 운송도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EU 경쟁당국이 지적했듯 양사가 합병하게 되면 한국과 현지를 오가는 항공 화물 부문에서 사실상 독점체제가 된다. 여객과 달리 국내 대체자를 찾기도 마땅치 않다.
물론 EU의 중간심사보고서 지적 자체가 결합심사 승인에 그만큼 가까워진 것을 의미한다는 시각도 있다. EU도 중간심사보고서가 심사 결과를 미리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합병의 분수령이 될 EU 경쟁당국의 2단계 심사결과는 8월3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