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쏟아진 미국·일본 등으로부터의 ‘견제’ 메시지에 반발해 사실상 ‘반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한미일 협력 강화’를 추구해온 우리 정부도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 그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단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G7 정상회의 폐막일인 21일 ‘심각한 보안문제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사 제품 구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쑨웨이둥(孫衛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같은 날 다루미 히데오(垂秀夫) 중국 주재 일본대사를 초치해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담긴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 등 내용에 대해 항의했다.
중국 당국은 이른바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에 따라 다른 나라가 대만 관련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내정간섭’으로 간주한다.
이어 중국 외교부는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외교국장급 협의에선 “중국의 핵심 관심사에 대한 엄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이른바 “핵심 관심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 역시 대만 관련 사항인 것으로 추정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진행한 외신 인터뷰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며 특히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밝혀 중국 측의 거센 비난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일본 등 G7 국가들은 이번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겨냥해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며 재차 경고하고 나선 모습. 윤 대통령 또한 이번 정상회의 확대 세션에서 “자유의 가치와 법치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는 데 G7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며 보폭을 맞췄다.
우리나라의 경우 G7 회원국은 아니지만 올해 의장국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이번 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한미일 협력’이란 큰 방향 속에서 (우리가) 중국을 배려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적어도 중국과 갈등을 야기하지 않는 조치가 필요하다. 작은 갈등이 쌓이면 큰 갈등이 된다”고 상황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번 G7 정상회의 폐막 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내 주요 지역으로부턴 한국 포털사이트(네이버) 접속이 원활하지 않단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데 대해서도 “우리나라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조치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미정상회담과 G7 정상회의 등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발언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시간을 두고 중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대응해야 한다”며 “중국 표현을 빌리자면 ‘한중은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기 때문에 (우린) 국제정치·국제질서 차원에서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