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항공사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양국간 하늘길이 좀처럼 열리지 않자 대신 한국을 경유하는 환승객이 늘어난 것이다. 다만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이같은 항공수요가 늘수록 미주노선의 운임도 당분간 고공행진할 전망이다.
1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항공사의 미국 환승객 수는 71만755명이다. 대한항공(003490)이 46만1320명, 아시아나항공(020560)이 24만8540명, 에어프레미아가 895명이다.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거쳐 제3국으로 가거나 제3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에 가는 여객 수를 합한 수치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상반기 67만2915명에 비해 4만명 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대한항공의 여객수가 3만4770명이 늘어 사실상 환승객 대부분을 흡수했다.
전체 환승객 수로 봐도 국내 항공사의 점유율이 높다. 올해 상반기 외항사를 포함한 미국 환승객 수는 96만4944명인데 이중 73%를 국내 항공사가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85만8161명과 비교해도 전체 환승객 수가 크게 늘었다.
미주노선 환승객이 증가한 것은 미중 갈등과 관련이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직항편이 원활하게 뜨지 못하며 가까운 한국을 거쳐 양국을 오가는 환승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양국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수년째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반사이익을 누린 셈이다. 양사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노선을 모두 운항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 조인트벤처를 통해 워싱턴, 댈러스, 애틀란타, 라스베이거스, 보스턴, 시카고 등 미국 전역에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대한항공의 이번 2분기 여객 매출 2조2210억원에서 미주노선이 차지하는 비율은 4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여객 매출 1조676억원 중 26.7%를 미주노선에서 벌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미중갈등이 계속되는 한 국제선 운임도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중국이 차세대 반도체 원료로 주목받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자 미국이 9일 중국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AI 3개 분야에 미국자본 투자를 규제하며 응수한 바 있다.
실제로 최대 성수기인 3분기가 끝난 10월 첫째 주를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로스앤젤레스 이코노미 항공권값은 편도 95만원에 형성되고 있다. 이 노선에서 9월말까지 대한항공 일반석 스탠다드는 대부분 매진이고 아시아나항공은 자리가 있어도 가격이 최대 200만원까지 뛴다.
대한항공은 지난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콜에서 “미중 간 직항노선 회복지연으로 미주노선 수요가 지속해서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지상 조업사 인력 문제로 정상적인 항공편 운항이 어려웠던 미국이 국제선 증편을 잘 허가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