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스텔란티스와 50억 달러(약 7조 원)를 들여 캐나다에 짓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서 심각한 안전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CBC 뉴스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정부 기록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온타리오주 노동부 조사관들은 2022년 착공 뒤 넥스트스타 에너지(NextStar Energy) 공장 현장을 수십 차례 찾았으며, 건강과 안전 관련 시정 명령 110건 이상을 내렸다. 이 가운데 10건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특정 구역 작업을 즉각 멈추도록 한 작업 중지 명령이었다.
LG에솔-스텔란티스 50대50 합작…최대 150억 달러 보조금
넥스트스타 에너지는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가 각각 50%씩 투자해 세운 합작법인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에 423만 평방피트(약 39만 제곱미터) 규모로 짓는 이 공장은 연간 49.5기가와트시(GWh)를 생산하며, 이는 전기차 약 45만 대에 실을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캐나다 정부는 이 사업에 최대 150억 캐나다 달러(약 15조 1900억 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로 약속했다. 캐나다 첫 대규모 배터리 제조 시설로 2500개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은 사업이다. 올해 지난달 공식으로 건설을 마쳤으며, 지난해 10월부터 배터리 모듈 생산을 시작했다.
일산화탄소 노출·환기 부족 문제 2년 넘게 지속
CBC가 입수한 정보공개 청구 문서와 현장 방문 보고서를 보면 가장 심각하고 되풀이한 문제는 일산화탄소 노출과 환기 부족이었다. 조사관들은 빠르면 지난해 2월 건물 안에서 수십 대의 가스와 디젤 구동 장비를 쓰면서 빚어진 공기의 질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9월 노동부는 “환기 없이 60개 넘는 가스 구동 장비를 돌려 근로자들이 아프다”는 민원을 받았다. 민원에는 “고용주가 이런 문제를 알면서도 해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음 달에는 “근로자들이 아프고 작업을 거부할 것”이라는 민원이 다시 들어왔다.
올해 1월에도 “사람들이 아프다, 다발성 호흡기 질환, 호흡 곤란, 실내에서 많은 야외용 장비를 쓰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은 “많은 사람들이 일반 계약자에게 얘기했지만 ‘공격적’이고 ‘보복을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조사관들은 올해 6월 특정 구역에서 일산화탄소 수치를 감시하지 않아 “수치가 오르고” 있으며, “배기가스가 쌓이지 않도록 알맞은 환기 없이 내부 연소 엔진을 돌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화장실 접근 제한·전기 안전 절차 위반도 반복
화장실 접근 문제도 되풀이해 제기됐다. 온타리오주 법규는 가능하면 작업 공간에서 90미터 안에 화장실을 놓도록 규정한다. 노동부는 지난 2년간 화장실 관련 명령 7건을 내렸다.
올해 3월 노동부는 특정 구역에서 화장실을 철거했고 다른 화장실은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근로자들이 화장실로 가려다가 ‘사고’를 당했다”는 민원을 받은 뒤 시정 명령을 내렸다.
전기 안전 절차 위반도 심각했다. 지난해 8월 노동부는 특정 기계의 “수리, 설정, 시운전과 유지 보수를 하는 근로자에게 필요한 교육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까닭으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다. 올해 4월에는 전기 위험과 관련한 “작업 거부”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노조 “근로자 병들어” vs 회사 “무사고 800만 시간”
앤드루 다위 온타리오주 윈저-테쿰세 지역 의원(진보보수당)은 최근 데이비드 피치니 노동부 장관이 건축 노동조합을 만나 건강과 안전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위 의원은 “장관은 노동 감독관이 현장에 머물며 감독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넥스트스타는 이전 성명을 되풀이하며 “423만 평방피트 규모 시설 건설 진전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알맞은 산업 표준과 요구 사항을 충족하거나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올해 초 “무사고 800만 시간”을 이뤘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사업 공동 보건·안전 위원회에서 일하는 마이크 라이얼은 내부 소식지에서 “이 사업을 진행한 2년 넘는 동안 노동부가 찾아온 횟수는 내가 평생 일한 다른 모든 일터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는 회사 안에서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고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을 건너뛰고 바로 정부에 신고하는 것은 회사 스스로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근로자 활용·대금 미지급 소송 등 논란도
넥스트스타 사업은 안전 문제 말고도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수백 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투입하면서 거액의 정부 보조금을 받는 사업에서 자국민 고용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또한, 하청업체들 사이에서 수백만 달러 규모 대금 미지급을 둘러싼 법 싸움도 벌어졌다.
그럼에도 넥스트스타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배터리 셀 생산을 시작할 것”이라며 “9000명 넘는 캐나다 기술 근로자가 함께한 복잡하고 협력하는 과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950명 넘는 정규직 직원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거액의 정부 보조금이 들어간 사업에서 안전 문제가 되풀이해 일어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현장 관리 능력에 우려가 나온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