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동전쟁 충격을 반영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4%포인트(p) 낮추는 동시에 물가상승률 전망은 0.9%p 대폭 올려 잡았다.
이는 중동전쟁 발발 이후 주요 기관이 내놓은 한국의 첫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하향 조정 폭이 주요국 중 영국 다음으로 컸다.
26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OECD는 이날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1.7%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치(2.1%)에서 0.4%p 내린 수치다. 내년 성장률은 2.1%로 유지했다.
OECD는 매년 4차례 경제전망을 발표하는데, 이번 중간 경제전망은 전체 회원국이 아닌 세계 경제와 G20 주요국이 대상이다. 이번 전망은 올해 들어 격화된 중동전쟁을 공식적으로 처음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은행(2.0%), 한국개발연구원(KDI·1.9%), 국제통화기금(IMF·1.9%), 아시아개발은행(ADB·1.7%) 등 주요 기관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모두 중동전쟁 이전 여건을 전제로 산출된 수치다.
OECD는 이번 보고서에서 “견조한 모습을 보였던 세계경제가 최근 중동 지역의 분쟁이 심화되면서 그 회복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세계 성장률은 올해 2.9%로 지난 12월 전망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OECD는 중동전쟁이 없었다면 2월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3.2%로 0.3%p 상향 조정할 수 있었다며, 전쟁 충격으로 상승 요인이 “완전히 상쇄됐다”고 평가했다. 표면상 전망치는 유지됐지만 실질적으로는 0.3%p 낮아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내년 세계 성장률은 3.0%로 12월 전망 대비 0.1%p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 G20 국가 가운데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 분류돼 영국(-0.5%p)에 이어 유로존과 함께 성장 전망 하향 폭(-0.4%p)이 가장 큰 수준이었다. 재경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과 물가 전망 상향 조정은 외부 충격에 의한 일시적 영향”이라며 “경제 펀더멘탈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 전망은 2.7%로 12월 전망(1.8%)보다 0.9%p 높게 제시됐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OECD는 내년 물가상승률을 2.0%로 전망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요국 성장률도 대부분 하향 조정됐다. 유로존은 올해 0.8%로 12월 전망(1.2%) 대비 0.4%p 낮아졌고, 영국은 0.7%로 0.5%p 하락했다. 미국은 오히려 2.0%로 0.3%p 상향 조정됐으나 구매력·노동력 감소 등으로 소비는 전년(2.1%)보다 둔화될 것으로 봤다. 일본은 0.9%로 전망치를 유지했으나 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이 신규 확장 재정에 따른 수요 확대 효과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했다.
G20 국가 물가상승률은 올해 4.0%로 12월 전망보다 1.2%p 높아졌다. 내년에는 2.7%로 안정세를 회복할 것으로 봤다.
OECD는 이번 전망의 기술적 가정으로 “2026~2027년 미국 실효관세율이 3월 초 수준을 유지하고, 올해 중반부터 석유·가스·비료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을 전제로 했다. 이에 따라 중동전쟁 전개 양상과 에너지 가격 경로에 따른 상하방 리스크가 병존한다고 덧붙였다.
정책 권고로는 정부 지원의 적시성, 취약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타기팅, 에너지 절약 유인 제공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정부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재정·세제·금융·규제 등 모든 수단을 활용한 3단계 대응 계획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1단계로 물가·공급망·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신속 대응을 즉시 추진하고, 2단계로 초과세수를 활용한 2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4월 중 최대한 빨리 편성·집행할 계획”이라며 “3단계로는 5월 이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경제 안정 추가 대책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