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OPEC+러시아)가 전격 감산을 단행한 것은 미국이 국제 원유시장에서 지배력을 잃었다는 증거라고 원유시장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OPEC+는 2일 전격적으로 116만 배럴의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 OPEC+는 일일 116만 배럴을 감산하며, 이는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 OPEC 모두 336만배럴 감산 : 당초 OPEC+는 250만 배럴 감산을 추진했었다. 여기에 116만 배럴을 추가 감산해, 총 감산량은 336만 배럴이 됐다. 이는 일일 전세계 수요의 3.7%에 해당한다. 감산은 5월부터 시작돼 연말까지 지속된다.
이는 하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소 잡히는 시점에서 단행된 것으로 미국을 크게 당황케 하고 있다.
실제 감산 직후 미국은 강력한 유감을 표시했다. 미국은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유가를 선호해 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감산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 조정관.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 인플레 잡히려는 민감한 시기에 전격 감산 : 특히 이번 전격 감산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잡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격 단행된 것으로 미국을 골탕 먹이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실제로 지난 주말에 나온 미국의 2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것은 물론 전달에 비해서도 떨어졌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가까스로 잡아 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감산이 전격 단행된 것이다. 이는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을 허사로 만들 수도 있을 전망이다.
◇ 유가 8% 급등 : 실제로 아시아 거래에서 서부텍스사산중질유(WTI) 선물은 8% 급등하면서 배럴당 81달러를 넘어섰다. 미국의 지수선물도 나스닥이 0.60% 급락하는 등 하락하고 있다.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OPEC+의 이번 조치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원유시장 지배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증명하는 삽화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RBC 캐피털마켓의 헬리마 크로프트 상품전략 책임자는 “사우디는 중국 같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있다”며 “사우디는 원유시장이 더 이상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보내고 싶어 한다”고 평가했다.
◇ 사우디 중국과 밀착 : 실제 사우디는 최근 미국과 멀어지는 대신 중국과는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사우디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준회원 자격을 얻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해 12월 리야드에서 열린 환영식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함께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 주도로 출범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국이 회원국이다.
사우디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표적인 적대국인 이란도 SCO 준회원 가입을 앞두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에 대응해 중국을 비롯한 ‘동쪽’으로 눈길을 돌려왔었다.
더욱이 중국의 중재로 그간 견원지간이었던 사우디-이란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오랫동안 미국의 영향권으로 여겨지던 걸프 지역에서 지정학적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베이징에서 무사드 빈 무함마드 알아이반 사우디 국가안보보좌관, 알리 샴카니 이란 최고 국가안보위원회 위원장과 양국의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
중국이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급속하게 확대함에 따라 미국의 중동지역 영향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미국이 더 이상 세계 원유시장을 지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