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땅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거점을 짓기로 한 데는 인재와 파격적인 인센티브, 두 가지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퍼듀대에서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 기공식을 열었다.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이 공장은 2028년 하반기 클린룸 완공을 목표로, 이듬해 HBM4E 등 7·8세대 HBM 제품을 중심으로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미국이 반도체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미 연방정부는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5800만 달러(약 6300억 원)의 직접 보조금과 5억 달러(약 6880억 원)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디애나주도 인프라 개선에 최대 4500만 달러(약 619억 원), 초기 세제지원으로 최대 5억5470만 달러(약 7600억 원)를 내걸었다.
SK하이닉스가 새로운 미국 전진기지로 인디애나를 낙점한 데는 파격적 인센티브 못지않게 ‘인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투자 발표 당시 인디애나주를 최종 후보지로 정한 배경으로 반도체 등 첨단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대의 존재를 직접 꼽았다.
퍼듀대는 미국 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마이크로전자공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과대학 상위권 학교다. TSMC와 인텔이 먼저 자리 잡아 인력 조달 경쟁이 이미 치열해진 애리조나와 달리, 퍼듀대를 낀 인디애나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인재 공급망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연구개발 협력을 퍼듀대 산하 버크 나노기술센터로까지 넓혀 학생들의 인턴십·현장실습이 채용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고 있다. 인근 커뮤니티칼리지 아이비테크와도 별도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기공식 당일 미치 대니얼스 퍼듀대 총장이 참석해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동 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부지 확정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은 여전히 우려되는 지점이다. 지금 공장이 들어서는 자리는 원래 옥수수밭이었던 곳으로, SK하이닉스는 애초 퍼듀 리서치재단이 보유한 다른 부지를 검토했다가 이곳으로 계획을 바꿨다. 지난해 웨스트라피엣 시의회가 이 부지의 용도를 주거용에서 산업용으로 변경하는 안을 6대 3으로 가결했는데, 공청회에 100명 넘는 주민이 참석해 트럭 통행 증가와 폐수·화학물질 배출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반발한 일부 주민들이 소송을 냈고, 지난 5월 법원이 원고 측의 소송 자격을 인정하면서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용도변경 공청회 절차가 주법을 준수했다는 판단이 나와 절차 하자를 이유로 한 무효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오는 12월 벤치트라이얼(판사 단독 심리)을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최종 판결이 내려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해 유해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배기가스 처리 설비 도입을 밝혔고, 웨스트라피엣시 대표단이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해 이천·청주 사업장의 재난 대응 체계를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다가올 소송 결과에 대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 특정 결과를 가정해 답변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