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UAW)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 3대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동시에 진행한 파업이 일주일을 맞은 가운데, 이번 파업의 최종 승자가 테슬라가 아닌 토요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UAW는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자정으로 4년 근로 계약이 만료되는 소속 노조원 14만 6000여 명의 신규 고용계약을 맺기 위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회사 측과의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유례없는 동시 파업을 단행했다.
UAW 측은 △40% 임금 인상 △주 32시간 근무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차별 폐지 등을 요구하며 자동차 3사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파업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약 20% 선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사측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파업 초기 승자로 거론된 테슬라
처음 UAW의 동시 파업이 시작됐을 때만 하더라도 3대 자동차 브랜드의 새로운 라이벌로 급부상한 테슬라에게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웨드부시 증권의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파업으로 인한 조업 중단과 그로 인한 생산 둔화, 노사 협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이 결합되면 자동차 3사의 전기차 전략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미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노조가 없는 테슬라는 경쟁사들의 조업 중단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회사 중 하나”고 지적했다.
테슬라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높은 인건비와 노동력 부족에 직면하며 성장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에 비해 자동차 3사는 UAW와 체결한 노동계약을 바탕으로 4년 동안 인건비 상승을 억제하고 회사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이미 전기차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사업도 상승 궤도에 올라선 테슬라와 한창 전기차로 전환할 시기에 UAW의 파업까지 터진 자동차 3사의 상황은 역전됐다.
테슬라에 다시금 노조 결성 시도하는 UAW
하지만 테슬라가 마냥 좋은 상황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파업은 테슬라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파업으로 노조 활동을 전국적 규모로 확대하려는 UAW가 과거 실패했었던 테슬라 공장 내 노조 결성을 위해 또 다른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숀 페인 UAW 회장은 지난 17일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탐욕스러운 CEO와 일론 머스크 같은 탐욕스러운 사람들이 더 많은 로켓을 만들고 자신들을 우주 밖으로 쏘아 올리는 가운데, 테슬라 직원들 대부분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며 테슬라 공장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 파업 참여를 독려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인수한 소셜네트워크 X(구 트위터)를 통해 “우리 직원들은 GM, 포드, 스텔란티스 직원들보다 더 잘살고 있다”라며 UAW의 주장을 반박했다. NYT는 머스크의 이러한 반박이 노조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파업의 실질적인 승자는 토요타
한편,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이번 자동차 노조의 파업의 장기화에 따른 실질적인 승자는 테슬라가 아닌, 토요타를 비롯한 외산 자동차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임금 상승이나 비용 인플레이션을 상쇄하기 위해 자동차 가격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는 미국 내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미국 내에 비노조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필요시 해외 공장에서 자동차를 수입할 수 있는 토요타 같은 외산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배런스는 설명했다.
댄 아이브스도 21일 새로 발표한 보고서에서 “토요타를 비롯한 외산 자동차 브랜드들은 UAW의 파업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새로운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과 비교해 향후 수개월에서 몇 년에 걸쳐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8월 기준 미국 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GM이 16.7%로 1위, 토요타가 13.5%로 2위를 차지했다. 포드는 13%로 3위를 차지했으며, 현대·기아차는 10.6%로 10.5%를 기록한 스텔란티스를 근소하게 앞서며 4위를 차지했다. 이번 파업으로 미국 자동차 3사의 생산성 및 가격 경쟁력이 약화됨에 따라 토요타를 비롯한 외산 차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반등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