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기자 이반 게르시코비치(31)가 스피아 활동 혐의로 러시아에서 구금된 가운데 WSJ를 비롯한 전 세계 언론인들이 그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는 데 뜻을 모았다.
1일(현지시간) WSJ은 성명을 통해 “WSJ은 러시아에서 취재하던 중 체포된 언론인 이반 게르시코비치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며 “어떤 기자도 단순히 자신의 일을 했다는 이유로 구금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반과 같은 언론인의 두려움 없는 보도로 인해 세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이반의 사건은 자유 언론에 대한 악의적인 모욕이며 전 세계의 모든 자유 시민과 정부에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를 포함해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BBC, 블룸버그·AP통신, 등 전 세계 언론사 편집장 30여 명은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에게 게르시코비치의 구금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해당 서한을 통해 “게르시코비치의 부당한 체포는 (러시아) 정부의 반(反)언론 조처가 크게 확대한 것”이라며 “러시아에서 보도하려는 외국 특파원이 법치주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게르시코비치를 보내달라”며 석방을 촉구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정부가 미국 시민들을 겨냥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가장 강력한 조건으로 게르시코비치의 구금을 비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내부 절차에 따라 게르시코비치에게 영사 접촉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앞서 게르시코비치는 지난달 30일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의해 러시아 중부 예카테린부르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뒤 구금됐다. FSB는 그가 미 당국의 지시로 러시아 군수 산업단지 내 기업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를 수집했다는 입장이다.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에서 체포된 것은 냉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