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을 통해 수십만 발의 포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군사장비만 지원한다는 방침이었는데 이를 통해 미국이 국제협약으로 금지된 집속탄 지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에 포탄 지원을 약속했다가 철회한 한국 정부가 재고가 부족해진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보도했다.
WSJ는 비밀 협정에 따라 한국이 미국으로 포탄을 보내면 미국이 이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하게 돼 있다며 양국 정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포탄이 얼마나 보내지는지 또 언제 전달이 완료되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탄약 구매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 논의 중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WSJ 보도와 관련해 “평소처럼 비공개 외교 대화 내용은 비공개를 유지하겠다”면서도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동맹국들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는 전했다.
또 WSJ는 한국 정부의 탄약 지원 덕분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는 결정을 늦출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노바 조리아 마을에 사용된 집속탄의 모습. 2022,12.06/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
집속탄은 한 개의 탄 안에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간 무기다. 정밀 타격 무기보다 더 많은 사상자를 내 비인도적인 무기로 분류되며 2010년 유엔 집속탄 금지협약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에 집속탄 지원을 요청해왔지만 미국은 집속탄 이전에 대한 법적 제한 등을 고려해 이를 망설여 왔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연구원은 “집속탄은 우크라이나의 정밀 중거리 미사일과 전차, 병력을 보완해 대반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집속탄 지원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155㎜ 포탄도 이를 일부 충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200만 발 이상의 155㎜ 포탄을 제공해 왔는데, 재고가 고갈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약 확보에 나섰다.
이에 미국은 한국에도 지원을 요청했지만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물품만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워 이를 거절하면서도 동맹의 요구에 반하는 것을 동시에 우려해 왔다.
한미 정부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계획이 공개되자 한국 정부가 지원에 소극적으로 변했다.
그러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으로 돌파구가 마련됐고 윤 대통령은 당시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야 한다며 살상 무기 지원을 시사한 바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한편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지원할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질의에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해 인도적·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크라이나가 불법 침략을 당했다. 추후 전황을 보고 다른 상황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는 탄약 등 군사 무기를 직접 지원하거나, 미국과 폴란드 등 제3국을 통한 우회 지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6월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돈바스 전선에서 러시아군에게 프랑스제 155mm 차륜형 자주포 세자르를 발포하고 있다. 2022.06.15/뉴스1 © AFP=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