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컨더리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리자 베네수엘라산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업체들이 즉각 수입 중단 결정을 내렸다. 중국의 업체들은 4월 선적분 계약 체결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의 명령에 중국의 원유 트레이더와 정유업체가 깜짝 놀랐다”면서 “이들은 이것이 이행되는 과정과 중국 정부의 수입 금지 결정 여부를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그동안 오락가락했기에 중국 측이 궁극적으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지속해서 수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루스소셜 올린 글에서 “미국은 고의적이고 기만적인 방식으로 범죄자들을 침투시키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일명 ‘세컨더리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베네수엘라로부터 석유나 가스를 구입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모든 교역에서 25%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 외에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을 겨냥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리포 오일 어소시에이츠(Lipow Oil Associates)에 따르면 지난해에 베네수엘라는 하루 평균 92만1000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고, 이 중 35만1000 배럴을 중국에 수출했다. 그다음으로 미국이 22만 8000 배럴을 수입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은 직·간접적으로 베네수엘라로부터 하루 약 50만3000 배럴의 원유와 연료를 수입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원유·연료 수출량의 55%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령은 중국의 모든 수입품에 펜타닐 유입 방조 이유로 20%의 관세를,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추가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이 계속해서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수입하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총관세율이 일반 품목은 45%, 철강과 알루미늄은 70%에 달한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오랫동안 불법·일방 제재와 이른바 ‘확대관할(일국의 법률 적용 범위를 나라 밖까지 확대하는 것)’을 남용해 타국의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고, 중국은 이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내정 간섭을 중단하고 불법·일방 제재를 폐지하며 베네수엘라와 다른 국가의 평화·안정·발전에 이로운 일을 많이 하기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컨더리 관세 부과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성명에서 “세계 무역 질서에서 한 국가가 은밀한 무역 장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다른 국가를 정치적으로 압박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국제기구에서 모든 조처를 강구해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한 위반 행위를 규탄할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는 WTO 회원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