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정국의 중심에 선 헌법재판소를 두고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정치권이 나서 헌재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불신을 부추기는 행보를 보이면서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권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 헌법재산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을 구성해 지지층을 결속시키고 있으며, 국민의힘도 헌재 항의 방문을 반복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최근에는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을 대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음란물 의혹’을 제기했다가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여권 내부에서는 헌재의 탄핵 인용 가능성에 대비해 보수 성향 유권자를 결집하고 지지층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이에 따라 헌재의 존폐까지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헌재 TF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의문”이라며 “헌재 존폐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TF는 헌법재판관들로 구성돼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전담하고 있다. 심판에 필요한 자료와 법리 분석 리포트 등을 헌법재판관에게 제공하거나, 문 대행의 재판진행을 보조하기 위해 초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실제 여론 조사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는 지난 17∼1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에서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55%,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1%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극우적 행태’라고 칭하며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범죄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여당의 이러한 행보가 단순한 정치 공세를 넘어 국가 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고 우려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헌재는 국가보안법 합헌 결정,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등 보수 진영에 더 유리한 결정을 내린 사례도 많았다”며 “수혜자 위치에 있다가 탄핵 심판을 눈앞에 두고 재판관들의 과거 이력, 선출 과정을 문제 삼아 편향을 지적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헌재 등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만들어진 불신이기 때문에 탄핵 결정 이후에는 다시 진정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 또한 “최근 헌재의 절차적 흠결을 지적하는 여권의 주장이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자기 진영에 유리한 결정만 믿고, 불리한 것은 믿지 않는다면 사법부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근 헌재가 탄핵 심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증인으로 채택했다가 번복하고,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관련 사건 선고를 당일 미루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헌재는 절차적 흠결이 없도록 더욱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