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UAW)가 제너럴 모터스(GM), 포드와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업체 ‘빅3’와 임금 협상을 잠정 타결하고, 6주간의 파업을 종결한다. 이번 합의안은 각 사 노조원의 찬반 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UAW는 사상 처음으로 빅3 동시 파업으로 경영진을 압박해 ‘대승’을 거뒀다. 뉴욕 타임스(NYT)는 30일(현지시간) “노조가 자동차 생산과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지난 수십 년 사이에 최고의 임금 인상을 얻어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지난 22년 동안 오른 임금보다 향후 4년 반 사이에 오를 임금 규모가 더 크다”고 전했다. WSJ은 “미국 완성차업체들이 급상승하는 임금에 따른 비용 증가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UAW와 함께 노조 측을 적극 지지한 조 바이든 대통령도 승자라고 NYT가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자동차 노조 측의 반발에 직면했으나 그들과 함께 연대한 정치적 도박이 통했다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빅3에서 UAW 노조원의 임금은 향후 4년 반 동안 25%가량 오른다. 빅3 노동자 시급이 32~40달러 (약 5만 4000원)로 뛴다. 이렇게 되면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의 연봉은 평균 8만 4000 달러 (약 1억 1340만 원)에 이른다.
회사 측은 인건비 상승으로 자동차 생산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한다. 포드 자동차는 이번 임금 협상안이 시행되면 자동차 한 대당 약 900달러 (약 121만 5000원)의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생산 단가가 오르면 빅3가 자동차 판매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그 부담을 안게 된다. 그렇지만, 외국의 완성차업체와 전기차 업체 테슬라 등이 자동차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미국 빅3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UAW는 이번 임금 협상 성공을 발판으로 미국에 생산공장이 있는 다른 완성차업체에서 노조 결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숀 페인 UAW 회장은 “과거에는 보지 못했을 정도로 앞으로 노조 결성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오는 2028년 우리가 다시 협상 테이블에 돌아올 때는 빅3가 아니라 빅5, 빅6 등과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노조가 없는 테슬라와 외국 완성차 업체가 타깃이 될 것”이라며 “외국 업체로는 도요타, 혼다, BMW 등에서 노조 결성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테슬라, 도요타, 폭스바겐이 핵심 공략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북미 지역 공장도 UAW가 노조 결성을 추진하는 대상이다. 또 이번 노사 협상에서 빅3와 한국 배터리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근로자 처우 문제 등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미국 빅3 완성차 업체가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대부분 한국 배터리 기업과 합작 회사이다. GM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3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 또는 가동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미국 오하이오 공장 근로자의 임금을 25% 인상하기로 UAW와 잠정 합의했었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임금 협약을 UAW가 대표로 나서서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UAW는 얼티엄셀즈와의 협상 타결을 성공 사례로 평가하면서 이와 비슷한 협상을 확대하려고 한다. UAW는 얼티엄셀즈 외에 GM, 스텔란티스, 포드 계열 배터리 공장 등을 상대로 포괄적인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는 노조가 없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도 완성차 공장의 표준 임금 협약을 적용하라는 UAW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 SDI 등 ‘K배터리 3사’의 인건비 부담이 매년 수천억 원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시간당 16달러 수준으로 시간당 32달러를 받는 빅3 자동차 공장 근로자의 절반 수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업계의 임금 협상 잠정 타결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UAW 파업 시위에 동참해 노조 측이 요구하는 임금 40% 인상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빅3 완성차업체 본사가 있는 자동차의 메카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 인근의 웨인 카운티 파업 시위 현장에서 ‘피켓 라인’에 동참했다.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빅3의 임금 협상 타결로 일단 승자로 분류됐다. 이들 3사의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 비용 우위에 있는 테슬라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UAW가 테슬라 공장에서 노조 결성에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머스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머스크는 철저한 무노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