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로 미국 소비자가 국내 온라인 쇼핑몰 등 e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한국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역직구’ 시장의 타격이 예상된다. 급격히 커지는 미국 역직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백악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액면세제도를 중단하고 한국 등 모든 국가에서 미국으로 반입되는 800달러(약 112만 원) 이하의 소액 소포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오는 29일부터는 미국에서 역직구로 한국 제품을 구매할 경우 6개월 동안 주문당 80달러 또는 소포가액의 15%를, 6개월 이후부터는 1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번 조치는 미국 역직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5% 관세를 부담하려면 국내 업체는 그만큼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 e커머스 업체에서 직구하는 상품의 가격이 비싸졌기에 구매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미국에 대한 국내 온라인 직접 판매액은 2838억 원으로 중국(7164억 원)·일본(3258억 원)에 이어 3위에 오를 정도로 미국 역직구는 큰 시장이다.
중국의 경우 온라인 면세점으로 구매해 공항에서 수령하는 규모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이를 제외하면 미국 역직구 시장의 규모는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미국의 역직구 거래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34.2%로, 중국(2.4%)·일본(1.8%)을 크게 앞서는 등 미국 역직구 시장은 매우 빠르게 커지는 추세다.
업계는 대형 e커머스 업체보다는 중소업체 및 소상공인 온라인 플랫폼 셀러 등의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은 역직구 사업의 비중이 대형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규모도 작기에 잠시 유동성이 경색되면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역직구 판매액이 컸던 △화장품(1조 4211억 원·1위) △의류 및 패션(3546억 원·2위) △음식료품(757억 원·5위) 등 K-뷰티 및 K-푸드 상품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면서 온라인 판매 수출액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업계에선 미국을 상대로 역직구 경쟁 관계인 중국에 비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홍콩에서 들어오는 소액 소포에 대해 54%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한 바 있다. 한국의 15%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미국 소비자 입장에선 한국 제품의 가격이 오른 것보다 중국 제품의 가격 상승 폭이 더 크기에 한국 제품이 중국보다 더 가성비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 이번 조치로 한국 제품은 관세가 없는 미국 제품에 비해선 불리해졌지만, 중국 제품에서 눈을 돌리는 미국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기회는 열린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제6차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해외 역직구 시장에 대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각 부처의 종합 대책을 다 모아 해외 역직구 시장 확장을 위한 대책을 점검해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일부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악재라고 볼 수 있는 가격 인상 우려는 분명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해외 역직구 관련 관세 부담을 덜 수 있는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