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오징어 게임과 K-팝, 한국산 미용 제품 등의 인기에 힘입어 소주가 전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며 8일(현지시간) 이를 심층 보도했다.
FT는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알코올, 소주를 마시고 있나요’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진로 소주는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알코올 브랜드지만 이를 들어보지 못한 독자들도 많을 것”이라며 “그간 철저히 내수에 치중했던 소주가 한국 문화를 타고 전세계의 칵테일 바와 마트에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기사는 특히 한국인들이 소주를 즐기는 방식을 집중 조명했다.
“반병에 1달러에 불과한 소주를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것은 한국인들의 유서 깊은 의례”라며 “음식은 물론 맥주와 함께 마신다”고 ‘소맥’ 문화를 소개했다.
서울에서 바 사업을 하는 이성하 씨는 “한국에서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소주를 마시면 된다”며 “이 초록병은 우리 삶과 문화의 일부로, 한 잔을 마실 때마다 함께 ‘짠’을 외치는 등의 의례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안내했다.
FT는 한국인들이 소주를 마실 때 여러 술게임을 즐기는 것은 물론 따르는 방식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뉴욕에서 바를 운영하며 한국 음주 문화를 알리는 활동으로 사회관계망(SNS)에서 8만 팔로워를 보유한 아이린 유 씨는 “한국인들은 결국 제정신을 잃기 위해 소주를 마시는 것”이라며 “한국 사회의 경직된 구조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일상의 걱정들을 모두 제쳐두고 친구들과 즐기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유 씨는 브루클린에 위치한 자신의 바에서 소주병 뒤집기, 소주 회오리 만들기 등 다양한 한국의 음주 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소맥(소주+맥주), 소주 칵테일 등 다양한 음료를 선보이고 있다.
유 씨가 집필한 책 ‘소주 파티: 한국인처럼 먹고 마시는 법'(Soju Party: How to Drink (and Eat!) Like a Korean)도 올 9월 미국의 명망 있는 출판사 크노프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미국의 식음료 체인 모모후쿠에서 코리안아메리칸 음료 디렉터로 일하는 신해라 씨는 “오랜 시간 모멘텀을 준비해오던 소주에 미국 음주 인구들도 슬슬 적응을 마친 데다 올해 케이팝 스타들의 광고 효과도 겹쳤다”며 “올해가 소주의 ‘도약의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모모후쿠는 뉴욕,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주요 대도시에서 수박 소주, 수제 쌀소주 등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고 있다.
FT는 런던의 미슐랭 가이드 식당 ‘솔잎’에서 판매하는 ‘진맥 소주’, 뉴욕의 고급 한식당 ‘라온’에서 판매하는 소주 등을 열거하며 소주가 노동자 계층을 위한 ‘저렴한 술’을 넘어 파인 다이닝에서도 그 영역을 확장 중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