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 협상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 업계가 안도와 긴장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미국 수출 자동차에 적용되는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조정될 전망이다. 겉으로는 부담이 줄어드는 듯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구조적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 일시적 완화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토요타·폭스바겐 등 일본·유럽 완성차와 동일한 15% 관세가 적용되는 셈이지만 실제 부담의 무게는 다르다. 미국 내 ‘현지 생산 및 조달 비중’에서 현대차그룹이 경쟁사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6개 모델 중 약 32%를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다. 기아도 5개 모델 중 26% 수준에 그친다. 반면 토요타는 미국 내 4개 공장에서 13개 차종을 생산하며 전체 판매 모델의 약 45%를 현지 조달한다. 캠리, 그랜드 하이랜더 등 주력 차종 대부분이 현지 생산돼 사실상 무관세로 판매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대표 수출 차종인 쏘나타와 팰리세이드 등은 여전히 국내 생산 후 미국으로 수출돼 관세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토요타 등 일본 차는 미국 내 생산·조립 기반이 비교적 많아 수출·관세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현대차는 해외 생산을 확대 중이지만 여전히 한국 혹은 해외 공장에서 조달해 수출하는 비중이 높아 관세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관세 인하는 단기적으로 숨통을 트이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부품업계에 부담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황 교수는 “미국 내 조달 요구가 커질수록 우리 부품업체들은 현지 생산·조달 압력에 직면할 수 있고, 물류비·환율·관세 등 비용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황 교수는 “부품 조달을 한국 수출에만 의존하는 구조로는 앞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미국 내 또는 북미 지역에 부품 거점을 마련하거나 현지 공급자와 합작을 통해 현지화 비율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