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적 스크롤 중독, 약물·도박 중독과 유사한 뇌 메커니즘 작동 가능성
CNN 보도에 따르면, 소셜미디어를 무심코 계속 넘기다 보면 “머리가 썩는 느낌”을 받는다는 표현, 이른바 ‘브레인 로트’가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실제 뇌 작용과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콘텐츠 제작자 티치아나 부체치는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더 둔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하며 현실 인식을 흐린다”며 ‘브레인 로트 반대’ 영상 시리즈를 제작해 큰 공감을 얻고 있다.
‘브레인 로트’는 과학적 용어는 아니지만, 의미 없는 짧은 영상 소비가 사고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불만을 표현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기존 중독 연구를 통해 일정 부분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코넬대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이자 뇌·마음 연구소 소장인 콘스탄티노 이아데콜라 박사는 “무의식적인 스크롤을 유도하는 메커니즘은 약물, 알코올, 도박 중독과 유사하다”며, 청소년 인터넷 중독 사례에서 주의력과 작업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 간 신호 전달 이상이 발견된 연구를 언급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저품질 콘텐츠’의 핵심은 짧은 형식의 자극적인 영상이다. 테네시주 프랭클린에서 활동하는 소아 내분비 전문의 니디 굽타 박사는 “짧은 영상은 도파민을 강하게 자극해 계속 보게 만든다”며 “집중력은 한정돼 있어, 이런 디지털 소음이 건강·학업·관계·수면을 잠식한다”고 설명했다.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지면, 깊이 있는 독서나 긴 영상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학습 능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어린이에 대한 영향을 우려한다. 성장 과정에서 아이들은 사회적·정서적 단서를 배우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데, 화면에 과도하게 노출될 경우 중요한 발달 단계가 결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완전 차단’이 해법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오하이오주 임상심리학자 리사 다무어 박사는 “청소년들이 쓰는 ‘브레인 로트’라는 표현 자체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학업과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일정 수준의 ‘멍 때리는 여가’도 허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사용 시간 제한과 환경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 정보학 교수 글로리아 마크는 “끝없이 빠져드는 유형이라면 명확한 한계를 설정하라”고 조언했다. 굽타 박사는 “앱을 삭제하고 브라우저로만 접속하는 방식도 효과적”이라며 “의지만으로는 부족하고,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새해를 맞아 소셜미디어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명확한 규칙을 세우는 것부터 실천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