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첫 여성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거리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던 중 한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장면은 영상으로 촬영돼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했으며, 셰인바움 대통령은 가해 남성을 형사 고소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외신들에 따르면 사건은 전날 대통령이 멕시코 대통령궁에서 교육부까지 도보로 5분 정도 이동하던 중 발생했다. 영상에는 술에 취한 것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대통령 뒤에서 접근해 신체 접촉을 시도하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가슴께를 만지는 장면이 담겼다. 대통령 경호팀이 즉시 개입했지만, 해당 장면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에 5일 기자회견에서 “이건 단지 나 개인에 대한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 여성들이 매일 겪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이런 일이 대통령에게도 벌어지는데, 우리나라의 수많은 젊은 여성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나는 여성으로서 이 일을 겪었고, 우리 모두가 겪는 일이기에 고소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또 “12살 때 학교에 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며, 대통령으로서 모든 여성이 겪는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사건 직후 대통령 경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셰인바움 대통령은 경호를 강화하거나 시민과의 접촉 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남성도 여성의 공간을 침해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클라라 브루가다 멕시코시티 시장은 해당 남성이 체포됐다고 발표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당선 당시 “이건 나 혼자 권력을 잡은 것이 아니라, 모든 여성의 승리”라고 말한 바 있다. 브루가다 시장은 이를 인용하며 “그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여성에 대한 혐오가 습관 속에 계속 숨겨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또 다른 굴욕도, 학대도, 여성 살해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