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규모 공격을 가하면서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쳤다.
키이우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부 공관과 영국문화원 건물이 충격파와 파편으로 훼손되는 일도 벌어졌다.
BBC방송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밤사이 러시아가 드론 598대와 미사일 31기를 발사했으며 이 가운데 드론 563대와 미사일 26기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공습은 미국이 양국의 협상 중재를 시도하는 가운데 7월 31일 이후 러시아가 키이우에 가한 최대 규모의 공격이다. 러시아는 이달 21일에도 유사한 공습을 했지만 주로 우크라이나 서부를 겨냥했다.
BBC는 이번 공격이 지난 15일 알래스카 미·러 정상회담 이후 처음 있었던 대규모 공격이라고 짚었다.
티무르 트카츠헨코 키이우 군사행정청장은 “이날 키이우 시내 7개 지역에서 20여 곳이 공격을 받았으며 건물 약 100채가 파손됐다”며 “여기에는 주거용 고층 아파트와 쇼핑센터, 기타 민간 건물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드니프로강 반대편의 아파트 두 동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동쪽 교외 지역에서는 5층 건물 일부가 파괴돼 구조대가 매몰자를 수색 중이다.
특히 EU 대표부 공관과 50m 거리에서 연속적인 공습이 발생해 건물 외벽과 유리창이 크게 훼손됐다. 영국문화원 건물 또한 심각한 피해를 입어 임시 폐쇄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유럽 정상들은 충격을 받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키이우 공격이 EU 사무소까지 타격을 입힌 것에 격분한다”며 “민간인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살해하며 우크라이나를 공포에 떨게 하더니 EU까지 표적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은 곧바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러시아 동결 자산의 우크라이나 재건 활용을 진행하겠다며 “러시아에 최대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푸틴이 어린이와 민간인을 살해하고 평화에 대한 희망을 파괴하고 있다”며 “유혈 사태를 반드시 끝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외교가 실패할 경우 러시아 에너지와 금융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미국과 공조해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수산업 시설과 공군 기지만을 정밀타격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간 주거지 붕괴와 외교 공관 피해가 확인되면서 국제인도법 위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트카츠헨코 청장은 “이번 공격은 평범한 주택가를 겨냥한 전형적인 러시아식 공격”이라며 “키이우 전역에서 수많은 건물이 파손되고 잔해가 여러 지역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는 협상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을 선택했다”며 “그들에 대한 새롭고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는 휴전과 외교를 촉구해 온 국제사회에 대한 러시아의 응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