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중국 ‘깜짝’ 방문은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에 더해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확대하려는 ‘양손잡이 외교’라는 분석이 25일 나온다. 중러 양국과의 협력을 통해 안보·경제적 실익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서 외교적 운신의 폭을 넓히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김 총비서는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 76주년을 계기로 북중 간 ‘혈맹’을 재확인하면서 최근 개통한 신압록강대교를 이용하고 현지 버스공장도 찾았다. 북중 친선의 상징성과 경제협력에 대한 관심을 함께 드러낸 일정이다.
신압록강대교 넘어 방중…경제 분야 교류에 방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김 총비서가 전날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방문해 항미원조기념관을 찾고 왕후닝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주석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1개월 만의 방중으로,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없이 당일 귀국했다. 그간 다섯 차례 방중과 비교할 때 시 주석을 만나지 않은 것도, 당일치기라는 형식도 이례적이다.
이번 방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북중 최대 교역 거점인 단둥을 찾아 신압록강대교를 직접 이용했다는 점이다. 단둥과 평안북도 신의주를 잇는 왕복 4차로·총길이 3026m의 이 다리는 12년간의 개통 지연 끝에 지난 15일 문을 열었다.
김 총비서가 직접 ‘북중 관계 복원’의 상징인 신압록강대교를 건넌 것은 중국과의 경제·물류 교류 확대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대교 개통으로 양국 간 교역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최고지도자가 직접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다.
김 총비서가 단둥의 자동차 공장을 찾은 것 또한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짧은 방중 일정에 제조업 현장 참관을 포함한 것도 양국 경제 협력에 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방중의 핵심은 신압록강대교를 김 총비서가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고, 북중 간 경제협력을 어떻게 하면 활성화할 수 있을지 모색하는 데 있다”라며 “항미원조 76주년을 명분 삼아 김 총비서가 현장을 방문해 중국의 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끌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밀착 속 중국과 혈맹 강화 나선 北…외교 입지 강화
이번 김 총비서의 방중은 북러 관계 강화에 나선 북한이 중국과의 기존 ‘혈맹’ 관계도 재차 강조하는 차원으로도 보인다. 북러 협력이 강화되자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는 거 아니냐”는 중국 측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2024년 6월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협정을 통해 사실상 ‘군사 동맹’ 관계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야코프 노비첸코 다리'(두만강 자동차 다리)가 개통되면서 인적·물적 교류 분야 확대를 위한 기반도 마련됐다.
북중 관계 또한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열린 북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미 회복세에 접어든 상태다. 올해 6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전략적 소통 강화와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의 교류와 협력에 합의했다.
러시아라는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 강화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북한이 중러 양대 강대국을 외교적 뒷배로 삼아 대외적 고립을 완화하고 국제사회에서의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거 북한은 냉전 시기부터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계추 외교’를 줄곧 벌여왔다”며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오히려 러시아보다 중국이 더욱 중요한 파트너일 수도 있는 만큼, 자신들의 입장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 또한 “북한이 중국과의 군사적·역사적 혈맹 관계를 재확인함으로써 중러 양대 강대국을 모두 후방에 둔 최상의 외교적 지위를 재정립하고 있다”며 “러시아와는 기존 협력을 이어가면서 중국과는 경제협력을 어떻게 더 높은 단계로 고도화할 것인지가 핵심 관심사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대화 사전 포석 관측도…”현실성은 떨어져”
이번 방중이 북미 대화에 대비한 사전 포석 차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도 중국을 연달아 찾았고,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도 중국을 방문한 전례가 있다. 북한은 당시 중국과 북미 대화 관련 전략을 의논하고, 중국의 지지를 재확인하며 협상력을 높이는 움직임을 보였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대화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내는 가운데, 북한이 대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음 달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대화 성사 가능성에 대한 관측도 이어지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왕후닝 주석은 시진핑 주석의 책사이자 최측근인 만큼 북미 대화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라며 “김 총비서 입장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중재자 위상을 높여주는 동시에,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에 나서도록 자극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당일치기에 그친 김 총비서의 방중을 북미 대화로 연결하기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방문에서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번 방중은 양국 간 협력 관계 복원과 경제적 교류 확대에 목적이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