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실물 지표를 지탱해 온 중소기업들이 거대한 인구 구조의 변화인 실버 쓰나미 앞에 직면했다. 전후 세대를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 경영자들이 대거 은퇴 기로에 서면서, 이들이 일구어 놓은 기업들의 운명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단순히 한 기업의 문을 닫는 문제를 넘어, 미국 전체 일자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미 경제 전문 채널인 폭스비즈니스가 3월 8일(현지 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경영자의 절반 이상이 55세 이상의 고령층이다. 이들이 운영하는 기업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3%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비중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이 은퇴한 뒤 기업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승계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점이다.
통계가 증명하는 일자리 6200만 개의 위기
미국 중소기업 위원회의 분석 결과, 현재 미국 내에서 승계 계획을 갖춘 기업은 전체의 54%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기업들은 경영자가 건강상의 이유나 연령 문제로 물러날 경우 폐업하거나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방치될 경우 최대 6200만 개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를 흔드는 것은 물론, 국가 전체의 고용 안정성을 해치는 심각한 변수다.
아메리칸 오퍼레이터라는 새로운 구원 투수
기업 승계 위기가 심화되면서 미국 시장에서는 새로운 경영자 연결 모델인 아메리칸 오퍼레이터가 부각되고 있다. 이는 은퇴를 앞둔 경영자와 기업을 인수해 직접 운영하고자 하는 젊은 전문 경영인을 매칭해 주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기업 매각이 단순히 자산의 청산으로 이어졌다면, 이제는 기업의 역사와 기술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수혈하는 인수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의 연속성을 보장하려는 이러한 시도는 실버 쓰나미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안으로 꼽힌다.
은퇴 기업 인수 시장의 급성장과 자본의 흐름
경영자들의 은퇴가 가속화됨에 따라 기존 중소기업을 인수하려는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새로운 창업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수익 모델과 고객 기반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본 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중소기업 승계 및 인수합병 전용 펀드와 금융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실버 쓰나미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자본의 선순환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다.
미래를 결정할 승계의 골든타임
결국 미국 경제가 실버 쓰나미를 극복하고 연착륙할 수 있을지는 얼마나 빨리 체계적인 승계 구조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고령 경영자들이 원활하게 바통을 넘길 수 있도록 세제 혜택과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의 소유권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줄이지 못한다면, 미국 경제의 허리인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 승계는 개별 기업의 숙제를 넘어 국가적 생존 전략이 되었다.